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1일 이라크 전쟁비용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함에 따라 부시 대통령과 민주당 주도의 의회가 대체법안 마련을 위한 절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이라크전 승리선언 4주년을 맞아 이라크를 관할하는 플로리다주 탬파의 중부사령부를 방문하고 백악관으로 돌아온 뒤 곧바로 거부권을 행사하고 텔레비전 성명을 발표했다. 거부권 행사로 1240억달러 전쟁비용을 추가로 마련하려던 계획은 차질을 빚게 됐다. 이 법안의 뼈대는 이라크 주둔 미군이 10월1일부터 철수를 시작해 6달 안에 철군을 완료하는 것을 조건으로 전쟁비용을 추가로 승인하는 것이다.
이 법안은 다시 의회로 반송돼 10일 안에 재의결 과정을 밟게 된다. 상하 양원에서 참석 의원의 3분의2 이상 찬성을 얻어야 거부권 행사를 무효화할 수 있다. 지난주 의결과정에 상원 찬성 51, 반대 46, 하원 찬성 218, 반대 208로 나타났다. 때문에 법안이 의회에서 재의결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공화당은 미군의 철수 시기를 못박는 데 대해 반대해왔고, 부시 대통령도 거부권 행사를 거듭 시사했지만 의회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군 철수를 반대하는 부시 대통령의 정치적 책임을 부각시키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법안이 사실상 폐기됨에 따라 대체법안 마련 움직임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부시 대통령은 2일 백악관으로 양당 의회지도자를 초청해 전비법안 마련에 협조를 구할 계획이다. 이 자리엔 민주당 소속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해리 리드 상원 원내대표 등도 참석할 예정이다.
민주당도 타협점을 찾으려 애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라크 정부에게 더 많은 책임과 기준을 제시하고 이라크 정부가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미군을 철수시킨다’는 식으로 부시 대통령에게 전쟁비용을 지원하기 위한 새로운 법안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권혁철 기자, 연합뉴스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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