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담 디시’로 알려진 포주 데포라 진 팰프리(50. 사진 왼쪽)가 워싱턴 고위층들의 명단이 포함된 고객전화번호를 공개해 논란이 일고 있다.(AP=연합)
백악관 등 고위인사 못찾아
언론의 선정보도만 요란
언론의 선정보도만 요란
미국 국무부 부장관급인 랜들 토비아스(65) 국제개발처장을 퇴출시키는 등 워싱턴 정가를 뒤집어놓을 것 같던 ‘워싱턴 마담’의 매춘 스캔들이 ‘속빈 강정’으로 끝나고 있다.
워싱턴에서 에스코트서비스 회사를 운영하다가 매춘 혐의로 기소된 데보라 진 팰프리(50)로부터 고객의 전화번호 명단을 넘겨받아 추적해온 <에이비시> 방송의 시사프로그램 ‘20/20’는 지난 4일 “솔직히 말해, 일반인들이 알 만한 이름은 없었다”고 허탈한 결과를 방송했다. 관심을 끌었던 백악관이나 의회 등에서 일하는 워싱턴 고위인사는 없었다는 것이다.
방송은 전화번호 추적에서 법무부 하급관리,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 관리, 기업인과 항공우주국 관리, 공군 정보부대장 등 5명의 군 장교 정도만을 추적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방송은 “일부 고객은 호텔에서 전화를 걸었고, 팰프리 본인의 사적인 전화들까지 끼어 있어 전화번호만 갖고 고객들의 신원을 확인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고 변명했다. 팰프리도 고객들의 진짜 신분에 대해 잘 아는 게 없어 도움이 되지 못했고, 고객들은 대부분 가명을 쓰고 현금을 지불했다는 것이다. <에이비시>는 유명 교육기관 수장의 전화번호를 확인해 긴장했지만, 지역번호가 틀린 다른 사람의 전화번호로 밝혀졌다는 등 전화번호 추적 과정의 일화만을 장황하게 소개하기도 했다.
고객 전화번호 추적을 과대선전하며 펠프리와 독점 인터뷰를 예고했던 <에이비시>는 선정적 보도 행태에 대한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특히 팰프리와의 독점 인터뷰도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지 못한 채 “성적환상을 주는 합법적 서비스를 제공했다”는 일방적 주장만을 여과 없이 내보내 철저하게 이용당한 꼴만 됐다. 팰프리는 이날 방송에서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고객들 모두를 법정 증인으로 신청하겠다고 여전히 떠들어댔다.
이번 스캔들은 매춘 혐의로 기소된 팰프리가 고객들이 거물급인 것처럼 떠들어대고 <에이비시> 등 언론들도 팰프리의 고객 명단 추적에 나서, 폭발력이 큰 대형 사건으로 연일 보도됐다. 또 팰프리의 회사에 소속된 여성들이 대학교수 등 대부분 고학력인데다 전문직 여성들도 많아 더욱 관심을 끌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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