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공장 방사능 누출사고 보상 대부분 미루거나 기각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아이켄 근처 사반나리버 핵무기공장에서 일했던 월터 맥켄지(52)는 1989년 방사능 누출사고 현장을 치우는 일을 하다 허용치의 수만배 방사능에 노출됐다. 4차례의 샤워로도 방사능은 지워지지 않았고, 그는 오염된 옷들과 반지까지 빼앗긴 채 귀가했다. 이후 방광에서 19개의 악성종양이 발견돼 보상을 청구했지만, 같은 처지의 노동자 수만명과 마찬가지로 한푼의 보상도 받지 못했다. 정부 비밀문서에 접근할 수 없고, 자신이 일했던 기록조차 찾기 힘든 이들이 방사선 노출로 병을 갖게 됐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매켄지처럼 냉전시절 핵무기 경쟁의 그늘에서 일하다 방사능에 노출돼 암에 걸린 수많은 노동자와 가족들이 제대로 치료와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12일 보도했다. 방사선과 독극물로 피해를 입은 노동자들에 대한 보상계획은 빌 클린턴 행정부 말기인 2000년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지금까지 예상보다 많은 26억달러가 지출되면서 사실상 유명무실한 제도가 됐다는 것이다. 보상프로그램은 방사능 노출에 대한 조사 결과 암발병 가능성이 50% 이상일 때 1인당 15만달러와 의료 혜택을 준다고 규정돼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지금까지 방사능 노출 피해자와 가족들이 보상을 요구한 10만3517건 가운데 2만1518건(21%)만 보상 결정이 나왔을 뿐이다. 4만4063건(60%)은 기각됐고, 나머지는 몇년째 결정이 미뤄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기록이 소실됐거나 의문스럽더라도 정부가 보상을 한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또 지난 2005년 특수 노출시설에 대한 인정 사례가 늘고 있음을 우려한 노동부의 내무문건을 입수해 함께 폭로했다. 지금까지 18개 핵시설들이 특수노출시설로 인정됐지만, 그밖의 시설들은 인정되지 않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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