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 넘나드는 표결로 영향력
낙태는 보수, 온난화는 진보
낙태는 보수, 온난화는 진보
“현재 미국 대법원은 앤서니 케네디의 법정이다.”
미 대법원 판결의 캐스팅보트를 쥐었던 중도 성향의 샌드라데이 오코너 대법관이 지난해 자진사퇴한 뒤 중도보수 성향의 케네디(70·사진)가 가장 영향력 있는 대법관으로 자리잡았다고 <워싱턴포스트>가 13일 보도했다.
케네디 재판관은 5대 4로 갈린 올해 11건의 판결에서 좌우를 넘나들며 판결을 결정지어, “결정자” “스윙보트”라는 별명을 얻고 있다. 그는 낙태권 판결 등 3건에서 보수쪽의 손을 들어줬고, 지구온난화 등 5건에서 진보쪽의 손을 들어줬다. 사형 집행과 관련해선 2번은 찬성하는 보수쪽에, 3번은 집행 반대의 진보쪽에 가담했다.
그는 또 의견이 제시된 판결 40건 가운데 단 2건에서 소수의견 쪽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논란의 소지가 있는 사안에 대해선 반드시 그에게 얘기를 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오코너 전 재판관과 차이가 있다면 케네디 대법관은 가끔 논쟁적 의견을 내놓는다는 점이다. 1973년 로이드 대 웨이드 사건에서 낙태권을 인정했던 그는 ‘부분 낙태’(후기낙태) 금지 판결에 찬성하는 의견을 내면서 “낙태를 맘먹은 여성들에게 유감을 표시”함으로써 낙태 지지자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현재 미 대법원에선 대법관 8명이 케네디 대법관을 가운데 두고 4명씩 좌우로 완전히 갈려 있다. 클러렌스 토머스, 앤토닌 스칼리아, 존 로버츠, 새무얼 얼리토가 보수쪽 성향을 보이고 있다. 존 폴 스티븐스, 루스 베이더 긴스버그, 데이비드 수티, 스티븐 브레이어 대법관은 예외없이 진보쪽 판결을 내리고 있다. 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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