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만평에 폭발물 방어벽과 자체 발전시설
저항세력 공격 집중 우려
저항세력 공격 집중 우려
이라크 바그다드의 티그리스 강변에 42헥타르(약 12만7천평)의 세계 최대 미국대사관이 9월 문을 연다.
5억9200만달러(약 5500억원)를 들여 건설 중인 이 대사관에는 1천여명의 직원들이 일할 수 있는 27동의 거대한 건물은 물론 직원용 아파트 615채도 들어선다. 미국 대사가 기거하는 관저는 1500㎡(약 453평)의 널찍한 면적을 자랑한다. 수영장, 체육관, 사교시설과 자체 발전·상수도 시설를 갖추고 폭발물 방어벽으로 둘러싸인 이 거대한 요새는 바티칸과 같은 크기로, 바그다드 안의 또다른 미국 도시다. 영국 <가디언>은 21일 처음부터 잘못된 구상으로 지어진 이 ‘거대한 흰 코끼리’가 이라크인들의 원망을 증폭시키고 저항세력의 집중 공격대상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대사관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 직후인 3년 전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야심차게 내세운 ‘중동 민주주의’의 확산 본부로 구상됐다. 그러나, 이라크가 유혈사태의 터널 속에서 헤매고 있고 미군 철군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지금, 이 새 대사관이 과연 무슨 기능을 하겠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직 이라크 주재 미국 외교관인 에드워드 펙은 <에이피>(AP)통신에 “도대체 무슨 대사관이기에, 전 직원이 대사관 안에 기거하면서 헬멧을 쓴 채로 뛰어다녀야 하고 방호벽 뒤에서 기어다녀야 하느냐”고 꼬집었다. 국제위기그룹(ICG)의 이라크 분석가인 주스트 힐더만은 “미국인들이 이라크를 위해 제대로 해준 일이 없는데도 바드다드 안에 이렇게 거대한 대사관을 짓고 있는 것은 이라크인들에게 매우 나쁜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런던대학교의 이라크 전문가인 토비 도지 교수는 “미군은 상당 기간 동안 이라크에서 철수하지 않을 것”이라며 새 대사관은 미군의 이라크 장기주둔을 위한 시설이라고 말했다. <가디언>은 이 대사관 공사는 “미국이 이라크 안에서 계획대로 실행하고 완수한 거의 유일한 대형 프로젝트”라고 꼬집었다.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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