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머스트 하버드 등 경제배경 다양성 확보 노력
가족소득 반영 선발
가족소득 반영 선발
“이 정도 재능이 있는 친구가 그리니치 같은 곳에서 자랐다면 수학능력시험(SAT)에서 1500점 이상은 충분히 받았을테죠. 그랬다면 과외교육도 받고 <뉴요커> 같은 잡지도 봤을테니까요.” 학부 중심 명문으로 알려진 미국 메사추세츠주 애머스트대학의 톰 파커 입학처장은 이 학교 학생 앤서니 잭(22·4학년)의 입학을 회고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리니치 고급주택가가 아닌 남부 도시 마이애미의 흑인 홀어머니 가정에서 자란 앤서니의 SAT 점수는 1200점. 당시 동급생들의 평균점수가 1422점 이었으므로 앤서니는 애머스트에 입학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연간 4만8천달러에 이르는 애머스트의 학비도 앤서니는 감당할 수 없었다. 앤서니의 어머니(53)는 1년에 2만6천달러를 받고 마이애미의 한 학교에서 안전요원으로 일하며 세 아이를 키웠다.
앤서니가 학교에 입학해 27일 무사히 졸업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은 애머스트대학의 ‘경제적 다양성 확보’ 노력 덕분이다. 가난으로 최고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사실상 제한당해온 빈곤층 학생들을 입학전형에서 우대함으로써 학생들의 경제적 배경의 다양성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27일 최근 몇년 동안 하버드, 프린스턴, 스탠퍼드 등 20여개 ‘명문’ 대학을 중심으로 이런 움직임이 확산돼왔다고 보도했다.
실제 애머스트대학은 입학전형에서부터 가족소득, 부모의 교육수준, 직업 등을 반영해 신입생을 선발하고 있다. 또한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장학금과 함께 초기정착금 400달러를 지급하고, 매월 생활비를 벌 수 있도록 학교 안 시급 8달러의 일자리를 제공한다.
뉴욕의 정책기관인 센추리재단은 2004년에 낸 보고서에서, 최고 수준 대학의 학생들이 처한 가정의 사회경제적 수준을 4개 등급으로 구분했을 때 △1등급 75% △2등급 12% △3등급 10% △4등급 3%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재단의 리차드 칼렌버그 선임연구원은 “대학들이 인종적인 다양성을 갖추는 데는 큰 진전을 보였다”며 “계급적 불평등이라는 더 큰 문제에 대해서는 외면해왔다”고 지적했다.
갈수록 심화되는 교육격차 속에서 다행히 배움의 기회를 얻은 앤서니는 “학교 생활이 대단히 만족스러웠다”며 더 많은 대학에서 이런 제도를 도입해 빈곤층 학생들이 혜택을 볼 수 있기를 기대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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