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 엄마’ 신디 시핸
“미국은 결국 내가 사랑했던 조국이 아니었다”
이라크 철군에 소극적인 민주당에 실망
이라크 철군에 소극적인 민주당에 실망
이라크 전쟁에서 아들을 잃은 뒤 반전운동의 구심점이 됐던 ‘반전 엄마’ 신디 시핸(49·사진)이 “반전운동을 접고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했다.
시핸은 메모리얼데이(미국의 현충일)인 28일 진보적 블로그 사이트 ‘데일리코스'(DailyKos)’에 올린 글에서 “내가 공화당에 들이댔던 것과 같은 잣대로 민주당을 평가하기 시작하자 나의 (반전운동) 명분에 대한 지지가 쇠락했고, ‘좌파’는 우파가 사용했던 것과 같은 중상모략으로 내게 ‘딱지’를 붙이기 시작했다”며 민주당 진영에 실망감을 털어놓았다. 민주당이 이라크 주둔 미군 철수를 적극적으로 이끌어내지 않고 타협한 것을 비판하자, 민주당 역시 자신에게 등을 돌렸다는 뜻이다. 그는 지난 26일 공개서한을 통해 민주당을 탈당한다고 밝혔다.
시핸은 조지 부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탓에, 미 의회가 결국 철군 시한을 명시하지 않은 채 전비법안을 통과시킨 데 대해 “의회여 축하합니다. 당신들은 불법적이며 비도덕적인 ‘대학살’에 몇개월의 시간을 벌어다 주었군요”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이라크 전쟁은 부시의 전쟁이었고 여러분이 명예롭게 종식시킬 수 있었으나, 이제 이라크 전쟁은 여러분의 전쟁이 됐으며 의원 여러분 모두 부시 주식회사와 함께 중상모략의 역사 속으로 추락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시핸은 “내가 가장 가슴 아프게 깨달은 것은 내 아들 케이시가 결국 아무 의미 없이 희생됐다는 점”이라며 “현 상황 그대로 가정으로 돌아가 남아 있는 아이들의 엄마가 될 것이며, 내가 잃어버린 무언가를 되찾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여 안녕…너는 내가 사랑했던 조국이 아니다. 국가가 스스로 원하지 않는다면 내가 얼마나 희생하더라도 (내가 사랑했던) 조국으로 만들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는 네게 달려 있다”고 글을 끝맺었다.
시핸은 2004년 4월 아들 케이시 당시 육군 상병이 이라크에서 전사한 뒤, 부시 대통령의 별장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등 희생자의 어머니로서 전 세계인들의 마음에 호소하는 반전운동을 펴왔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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