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유린 악명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될 듯

AP “부시행정부 폐쇄결정 임박” 보도
수감자 미 본토 옮겨 재판 허용

2001년 1월11일 오렌지색 죄수복을 입고 눈과 귀, 입이 모두 가려진 20명의 남자가 손이 묶인 채 아프간에서 쿠바 최남단에 있는 미 해군기지 관타나모 수용소로 끌려왔다. 무기한 구금, 고문과 인권유린 논란으로 얼룩진 관타나모 ‘테러 용의자’ 수용소의 첫 장이었다. 6년 반이 지난 지금 전세계에 악명을 떨친 관타나모 수용소의 ‘최후’가 눈앞에 다가왔다.

조지 부시 행정부는 곧 관타나모 수용소를 폐쇄하고, 약 380명의 수감자들을 미국 본토의 군 구금시설로 이송하는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에이피>(AP) 통신이 21일 보도했다. 통신은 미 정부 고위관리들의 말을 따, 부시 대통령 측근들 사이에 처음으로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 에 대한 공감대가 이뤄지고 있으며, 딕 체니 부통령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 등 관계 장관들이 22일 백악관에서 회의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폐쇄 결정이 내려지면, 관타나모 수용소는 문을 닫고 수감자들은 캔자스주의 포트 리벤워스 군 교도소 등 미 본토 수용시설로 옮겨져 재판을 받게 된다.

미 국가안보회의 존 고드로 대변인은 이 보도에 대해 “이 회의가 더 이상 내일 일정에 없다”며 “관리들이 이미 만나 그 문제를 논의했고, 곧 다시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폐쇄 방침이 결정되지 않았고, 언제 결정이 내려질지도 분명하지 않다는 뜻이다.

그러나 관타나모 폐쇄 요구는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우선 미 국무부와 국토안보부, 국방부, 국가정보국이 모두 암묵적으로 폐쇄안을 지지한다.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최근 “정말 위험한 수감자들만 영구 구금하고 관타나모를 폐쇄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라이스 국무장관도 “안전한 대안을 마련해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도 미국의 ‘오점’인 관타나모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으며 이를 폐쇄하고 싶어한다고 미 관리들은 전했다.

이달초에는 미 군사법원이 관타나모 수감자들의 테러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 판결을 잇따라 내렸다. 미 의회에서도 최근 관타나모를 폐쇄하는 법안이 상정돼 있다.

막판 변수는 체니 부통령과 앨버토 곤잘러스 법무장관. 이들은 관타나모의 ‘불법적인 적 전투원(테러리스트)’들을 미국 안으로 옮기면 이들에게 법적 권리를 주게 된다며 폐쇄에 반대하고 있다.

군 관련 기록을 분석한 학자들은 지난해 수감자 가운데 8%만 알카에다 전투요원일 가능성이 있고, 나머지 대부분은 보상금을 노린 사람들에 잡혀 미군에 넘겨진 억울한 피해자라는 충격적인 주장을 내놓은 바 있다.박민희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