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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미 CIA, 쿠바혁명 직후 마피아 매수해 카스트로 독살 기도

등록 2007-06-27 18:38

미국 중앙정보국이 26일 공개한 냉전 시기 비밀 문서 702쪽에는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독살 공작, 도청, 민간인 사찰 등 미국의 ‘어두운 과거’가 담겨있다. 사진은 카스트로 의장 독살 공작 관련 문서. 출처 www.foia.cia.gov
50~70년대 비밀문서 공개
도청·언론인 사찰도 드러나
쿠바 혁명 뒤 1960년대 미 중앙정보국(CIA)이 마피아를 매수해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독살 공작을 폈으나 실패한 사실이 미국 정부 문서로 확인됐다.

중앙정보국이 26일 공개한 1950~70년대 초반의 비밀공작 문서 가운데 ‘가족 보석들(family jewel)’ 부분을 보면, 미국은 59년 쿠바 혁명을 이끈 카스트로 의장이 국가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했다. 1960년 8월 중앙정보국은 ‘갱단이 하는 방식’으로 카스트로 의장을 제거하기로 하고, 로버트 마휴란 거간꾼을 세워 라스베이거스 마피아 조직 두목인 조니 로셀리와 접촉했다. 기업가로 위장한 마휴는 마피아 두목 로셀리에게 “카스트로 집권 이후 쿠바에 벌인 사업이 큰 손실을 보고 있다. 카스트로를 없애주면 15만달러를 주겠다”고 제안했다. 쿠바에서 도박장 운영과 성매매로 떼돈을 벌다 혁명 뒤 쫓겨난 마피아들도 카스트로에 대한 반감이 강했다.

처음에 망설이던 로셀리는 중앙정보국 요원에게 솜씨 좋은 마피아 조직원 2명을 소개해줬다. 이들은 총을 쏴서 카스트로를 죽이면 문제가 복잡해진다며 카스트로가 먹는 음식이나 물에 독극물을 몰래 넣자고 제안했다.

중앙정보국과 마피아는 카스트로 의장한테 접근할 수 있는 후안 오르타란 쿠바 관리를 매수해 알약 형태의 독약을 전달했다. 하지만 오르타는 몇주 동안 암살할 틈을 엿보다 겁을 먹고 그만두고 말았다. 그 뒤에도 중앙정보국은 카스트로 의장 독살 공작을 계속하다 1961년 4월 피그만 침공이 실패한 뒤 취소했다.

공개된 중앙정보국 비밀 문서에는 카스트로 암살 공작 뿐만 아니라 냉전과 베트남전이 한창이던 60·70년대 미국 국내 불법 도청, 반전 운동 감시, 언론인 사찰 등 ‘어두운 과거사’가 들어 있다. 미 중앙정보국도 군사독재 시절 한국 중앙정보부나 옛 동독 정보기관 슈타지처럼 국내에서 민간인 사찰과 도청 등 불법공작을 일삼았다.

베트남전이 격화되던 1967년 린든 존슨 대통령은 “외국 공산주의 정부(소련)가 미국 반전운동을 배후조종하고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며 중앙정보국에게 그 증거를 찾아내라고 지시했다. 당시 규정상 중앙정보국은 미국인 대상 공작이 금지돼 있었지만 존슨 대통령 지시에 따라 광범위한 민간인 사찰을 했다. 중앙정보국은 7년동안 미국인 30만명과 반전조직을 감시해 자료를 컴퓨터에 입력·관리했고, 두드러진 반전 활동을 편 7200명은 별도 감시파일을 만들었다.

〈뉴욕타임스〉는 26일 “이 문서는 냉전시기 피해망상과 무능의 어두운 증거”라며 “중앙정보국 불법 공작은 그동안 알려졌지만, 문서와 메모가 이렇게 많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라며 미국 사회의 충격을 전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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