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디 줄리아니 : 도시의 전설〉비디오
‘유해보다 금괴찾기 급급’ 비디오 공개
9·11로 뜬 줄리아니, 파장 줄이기 부심
9·11로 뜬 줄리아니, 파장 줄이기 부심
9·11 동시테러 덕분에 대권 선두주자로 부상한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에 대해 뉴욕 소방관들이 분노하고 있다.
미국내 최대 소방관 노조인 국제소방관협회(IAFF)는 13일 전국 소방관들에게 줄리아니를 지지하지 말도록 촉구하는 내용의 13분짜리 비디오를 공개했다. <루디 줄리아니 : 도시의 전설>이라는 제목의 이 비디오는 350여명의 소방관이 사망한 9·11 때 시장이었던 줄리아니의 ‘실적 위주’행태를 비판하고 있다. 비디오에서 전직 소방관과 사망한 소방관의 가족들은 격앙된 목소리로 무선장비 결함 때문에 대피명령을 들을 수 없었고, 금괴를 찾기 위해 사망자의 유해·유품 회수보다 현장 치우기를 앞세웠다고 고발했다.
이 비디오는 9·11 이후 뉴욕 소방관들과 줄리아나가 벌여온 비난전의 결정판이다. 소방관협회는 28만1천명에 이르는 소방관들의 후보 선택을 위한 교육용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비디오는 협회의 웹사이트에 올려지기 전에 유튜브·구글비디오 등에 노출됐다.
비디오 공개 사실을 사전에 입수한 줄리아니 캠프는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당의 정치적 공세”라고 맞불을 놓았다. 줄리아니 캠프는 소방관 출신의 전 뉴욕비상대책국장과 9·11 당시 소방관 아들을 잃은 전직 소방관 등을 동원해 비디오의 내용이 “터무니없고 부끄러운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또 소방관협회가 1988년부터 민주당 후보를 지지해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샤이트 버거 소방관협회 회장은 “우리는 사실을 얘기하고 있다”며 “줄리아니 같은 사람이 군 최고통수권자가 되는 것은 웃기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줄리아니 선거캠프는 2004년 쾌속정 용사들과 비슷한 형태의 마찰을 빚다 뒤늦은 대처로 엄청난 이미지 손상을 경험한 존 케리 전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렇지만 9·11 당시 현장을 누비던 줄리아니의 카리스마는 상처를 입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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