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제네바 협약 준수…내용은 비밀”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테러용의자에 대한 이른바 ‘강화된 심문’이 재개된다. 이 방식은 국제법과 미국법을 위반한 비인도적 고문이라는 비난을 받아 중단된 바 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20일 이를 허용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새 프로그램은 인간의 존엄에 대한 유린을 금지한 제네바협약을 준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행정명령은 지난해 10월 의회가 국제법과 미국법 준수를 요구한 뒤 행정부내 검토를 거쳐 마련된 것으로, 구체적 내용은 비밀로 구분됐다. 행정명령에는 허용되는 심문기법과 절차 등 심문지침에 대한 법무부의 비공개 검토의견이 첨부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현재 미국이 보호중인 테러 용의자들은 즉각적으로 이송돼 군에 허용된 기술 이상의 ‘강화된 심문 프로그램’을 받게 됐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이 신문은 정보 관련 관리의 말을 따 “이 행정명령은 중앙정보국이 요구한 것 이상으로 필요한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리는 “강화된 심문은 모든 경우에 국장의 허가를 받도록 했고, 개인이 아니라 심문팀이 참여하게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에 대해 인권단체 ‘휴먼라이트워치’ 워싱턴사무소장 톰 말리노프스키는 “허용되는 심문기법을 전혀 밝히지 않는 등 인권침해 여지가 많다”고 비난했다. 그는 “‘밝히지 않는 모든 것은 모두 합법이니 믿어달라’고 한 것이나 다름없고, 이 행정명령을 집행하는 이들은 합법적 법집행 기록을 가진 사람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행정부의 한 관리는 전화기자회견에서 “허용된 심문기법을 공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알카에다나 테러단체들이 숙지해 대비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행정명령에는 분명한 금지선을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행정명령은 제네바협약이 규정한 국제적십자의 수감자 면담을 허용하지 않는 등 인권침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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