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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풀뿌리 로비’ 미국을 움직였다

등록 2007-07-31 20:34

에반스 바통 받은 혼다 의원 주도
한국계 시민권자 청원운동 결정적
30일 오후 3시13분(현지시각) 미국 하원 본회의장.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대신한 임시의장이 위안부 결의안(HR 121)에 대해 33분간 진행된 의원들의 지지 연설에 이어 합의(컨센서스)를 묻는 구두투표를 선언했다. 반대 목소리가 없자 그대로 가결이 선포됐다. 애초 주관 상임위인 외교위의 톰 랜토스 위원장이 결의안의 무게를 감안해 오후 6시 이후 호명기록 투표를 검토했다가 구두투표쪽으로 선회하면서 전격적으로 벌어진 일이었다.

결의안이 채택되는 순간 “너무 감격스러워 정신이 없었다”는 위안부 출신 이용수(80) 할머니는 “역사적 한을 풀어준 펠로시 하원의장, 마이크 혼다 의원 등 여러 의원들과 미국에 사는 교민들에게 감사 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눈물을 글썽이며 워싱턴과 뉴욕, 로스앤젤레스에서 온 범동포대책위 관계자 등에게 거듭 감사의 말을 전했다.

이번 결의안 상정의 주역은 혼다 의원이지만, 지난 10년간 결의안 상정의 역사를 볼 때 가장 공이 큰 사람은 레인 에반스 전 의원이다. 이날 본회의에서 결의안 지지발언에 나선 의원들은 빼놓지 않고 그의 열정에 찬사를 보냈다. 과거 4차례의 결의안 중 지난해까지 세차례를 발의했던 그는 지금 파킨슨씨병으로 은퇴해 고향 일리노이주의 몰린에서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 그가 이 문제에 신념을 갖게 된 것은 1992년 발족한 정신대문제대책위(정대위)의 서옥자 현 위원장과의 인연 때문이다. 정대위의 활동은 위안부 문제를 미국 사회에 알리는 도화선 역할을 해왔다.

일본계 3세로 2차대전 당시 일본계 수용소 생활을 경험했던 혼다 의원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혼다 의원은 “미래세대가 역사를 더 잘 이해함으로써 미일 관계는 더욱 굳건해질 것”이라며 핏줄인 일본의 강력한 로비를 뿌리쳤다. 지난 2월 이용수·김군자 할머니와 함께 하원 청문회에 출석한 네덜란드계 오스트레일리아인 얀 루프 오헤른(84) 할머니의 증언은 백인 여성도 위안부로 동원했다는 사실을 밝혀, 미국 내 여론을 움직였다.

뉴욕과 워싱턴, 로스앤젤레스에서 121연대, 범대위 대책위가 꾸려져 ‘풀뿌리 로비’가 시작된 것은 이 무렵부터다. 한국계 시민권자의 서명과 청원서를 모아 지역구 하원의원들에게 전달하고 발의 서명을 촉구하는 로비데이 캠페인이 10여차례 이뤄졌다. 성금을 모아 〈워싱턴포스트〉 등에 때맞춰 광고를 실었다. 풀뿌리 로비는 11년째 뉴욕·뉴저지 유권자센터에서 한인유권자운동을 벌여온 김동석 소장의 아이디어였다.

아베 총리의 강제동원 부인 망언 등은 역효과를 내면서 풀뿌리 로비운동을 도와줬다. 중국과 필리핀 등 아시아계 교민사회도 가세했고, 미국내 인권단체들도 동조했다. 10여 차례의 로비대회 때마다 불어난 결의안 발의 의원은 애초 6명에서 168명까지 늘었다. 김 소장은 “이번 운동에 참여한 한인 2~3세들이 정치력 결집의 자신감을 얻은 게 더없는 소득”이라며 결의안 통과의 또 다른 승자는 ‘풀뿌리 코리언파워’라고 말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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