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비 줄일 목적…일 “정밀도 높다” 긍정검토
미국이 미사일방어(엠디) 체제 가운데 항공기 탑재 레이저로 발사 직후의 탄도미사일을 파괴하는 시스템의 공동기술연구를 일본에 비공식적으로 타진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10일 보도했다.
‘에어 본 레이저(ABL)’로 불리는 이 시스템은 고출력 레이저포를 탑재한 대형 항공기가 정찰활동을 벌이다 미사일 발사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출동해, 몇백㎞ 떨어진 상공에서 발사 직후 상승 단계에 있는 미사일에 레이저를 쏘아 폭파하는 것이다. 미국 공군은 보잉 등과 계약을 맺고 이 시스템 개발을 위한 연구와 실험을 계속하고 있으나 실전배치까지는 몇천억엔(몇조원) 규모의 개발비가 필요해 기술개발이 늦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미국은 고도의 일본 기술을 활용해 개발비를 줄일 목적으로 두 나라 기술진 협의에서 공동연구를 비공식적으로 제안했다고 일본 정부 관계자가 전했다. 보잉 등 미국 방산업체들도 지난해 가을 이후 자민당 국방족(방위관련) 의원들을 식사에 초대해 공동연구에 대한 이해를 촉구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미 도입하기로 결정한, 요격미사일을 이지스함에서 발사하는 해상발사형이나 지상발사형 시스템보다 이 시스템의 요격정밀도가 높다는 판단에 따라 공동연구 참여를 검토할 방침이다. 집권 자민당의 한 간부는 지난해 말 미국의 엠디 체제와 관련한 무기는 무기수출 3원칙의 예외로 하기로 한 정부의 발표를 들면서 “레이저를 사용하는 엠디 기술도 앞으로 수출금지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발사 직후에는 탄도미사일의 목표지점을 알아내기 어려우며, 다른 나라의 영공에서 상승하고 있는 미사일을 요격하는 것은 공격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전수방위의 이념과 헌법의 집단자위권 행사 금지 원칙에 위배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은 일본과 공동기술연구를 해온 해상발사 요격미사일 SM3의 생산에 착수하기로 결정하고 올해 안에 일본과 정식 합의를 할 예정이라고 <교도통신>이 이날 미 정부 관계자의 말을 따 보도했다. 일본의 무기수출 3원칙 완화 방침에 따른 SM3의 공동생산과 실전배치는 앞으로 3~5년을 필요로 하겠지만, 미-일 안보체제의 기축이 될 엠디 체제가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고 일본의 참여가 한층 깊어질 것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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