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이 덮친 페루 남서부 도시 피스코의 무너진 집 앞에서 16일 한 남성이 아이를 안고 서 있다. 피스코/AP 연합
1600여명 부상…“사망자 넣을 관도 부족” 국제지원 호소
15일 페루 남부 지방을 강타한 리히터 규모 8의 지진으로 적어도 510명이 숨지고 1600명이 다쳤다. 피해가 심한 페루 수도 리마에서 남서쪽으로 240㎞ 떨어진 피스코, 이카 등에서는 건물의 70~80%가 무너져 구조 작업을 할수록 피해 규모가 늘어나고 있다.
지진 피해를 입은 지역에서는 도로가 끊어져 접근이 어렵고 전기와 수도, 통신까지 두절돼 구조작업이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 강진이 발생한 뒤 규모 5 전후 여진이 14차례나 이어져, 피해 지역 주민들은 두려움에 떨며 길거리에서 밤을 지새고 있다.
병원에는 복도까지 부상자들이 누워있지만 병원 시설도 망가져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생존자들은 추위를 피하기 위해 부서진 건물 자재를 불태우거나 담요를 뒤집어 쓰고 잔해 수습을 하고 있다고 <비비시>(BBC)방송이 16일 보도했다.
후안 멘도자 피스코 시장은 이날 현지 라디오 방송에 나와 “교회, 상점, 호텔 등 모든 건물이 부서졌고 길거리엔 주검이 널려 있다”고 말했다. 외신들은 지진으로 집을 잃은 사람이 수만명을 넘을 것으로 보도했다.
지진이 일어난 15일은 성모 마리아가 승천한 것을 기념하는 가톨릭 축일이라 성당마다 신자들이 모여 있어 희생자들이 많았다. 피스코의 한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는 중에 지진이 발생해 적어도 2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알란 가르시아 페루 대통령은 16일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했고, 3일간의 지진 희생자 추모 기간을 정했다. 페루 정부는 “우리는 모든 것이 필요하다. 심지어 숨진 사람을 넣을 관까지도”라며 국제사회의 도움을 요청했다.
국제적십자사는 구조인력과 구호물품을 실은 항공기 2대를 페루에 보냈으며, 남미 국가들도 지원에 나서고 있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볼리비아 정부가 페루 정부와 협의해 구호품과 자원봉사자들을 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
한편, 페루 주재 한국대사관은 16일 “이번 지진으로 한국 교민들의 인명이나 재산 피해는 없다”고 <연합뉴스>에 밝혔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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