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비리연루 등으로 ‘출마포기’ 중진 벌써 15명
선거자금 민주당 10분의1…백악관·다수당 내줄판
선거자금 민주당 10분의1…백악관·다수당 내줄판
미국 의회의 공화당 원로 중진들이 잇달아 은퇴를 선언해 공화당의 내년 총선 전선에 빨간불이 켜졌다.
최장수 하원의장을 지낸 데니스 헤스터트(65·일리노이), 빌 클린턴 대통령의 탄핵 투표를 주도했던 레이 라후드(61·일리노이), 지난해까지 원내부총무였던 데보라 프라이스(56·오하이오) 의원과 찰스 피커링(44·미시시피) 등 4명이 내년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최근 밝혔다. 웨인 얼라드(63·콜로라도) 상원의원도 3선에 도전하지 않겠다는 선거공약을 지키기 위해 출마를 포기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평생직업은 아니라는 생각을 늘 해왔다”고 은퇴의 변을 밝힌 라후드 의원은 “국민들이 이라크전에 때문에 마음이 완전히 돌아서 2008년에 백악관은 물론이고 다수당을 되찾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공화당의 패배주의적 분위기를 내비쳤다.
나이와 비리 연루 등으로 은퇴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되는 의원들도 여럿이다. 1/4분기에 겨우 500달러의 선거자금을 모았던 존 워너(80·버지니아) 상원의원과 뇌물사건에 걸려 있는 돈 영(74·알래스카) 하원의원 등 양원에서 10여명이 거론되고 있다. 대선에 출마한 척 헤이글(60·네브라스카) 상원의원이나 던칸 헌터(59·캘리포니아) 하원의원도 불출마 가능성이 높다. 공화당 지도부는 내년 총선에서 다수당 탈환이라는 목표 달성은 커녕 지난해 중간선거 패배 이후 계속돼온 ‘은퇴 도미노’ 차단에 부심해야할 지경이다.
이런 추세는 지난 1994년 공화당의 의회 장악 이후 예년의 두배인 28명이 재출마를 포기했던 민주당의 은퇴 도미노 현상을 연상시킨다. 공화당은 96년 선거에서 이들 28석 가운데 10석을 챙겼다. 선거분석 사이트인 ‘쿡폴리티컬 리포트’의 데이비드 와서만은 “공화당의 2008년은 민주당의 1996년보다 더 어려운 해가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민주당에선 3명의 하원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모두 민주당의 아성인 지역구 출신들이다. 반면, 재출마 포기를 밝힌 공화당 하원의원 4명의 지역구 가운데 피커링의 선거구를 제외한 3곳은 위험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또 내년 선거대상 상원 34석 가운데 3분의 2가 공화당 의석이다. 공화당 상원의원 49명 가운데 22명이 선거를 치러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는 것이다.
선거의 ‘실탄’인 선거자금의 모금 상황은 공화당의 불안감을 더해주고 있다. 지난 1/4분기에 하원의 민주당 선거대책위가 1950만달러를 모은 데 비해, 공화당 선대위는 고작 200만달러를 모금했다. 상원에서도 공화당 선대위는 민주당 쪽의 2030만달러에 크게 못미치는 580만달러를 모은 데 그쳤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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