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대통령이 22일 미 육군참전용사회 연례모임에서 단상에 올라 연설을 준비하고 있다. 캔자스시티/AP 연합
이라크서 미 철군땐 ‘베트남 참상’ 되풀이?
학자들 “상관관계 무시한 궤변”…철군 찬반 광고전도 치열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이라크전 철군 불가를 주장하기 위해 이라크전을 베트남전에 비교하는 해석을 내놓아 철군 논란에 새롭게 기름을 부었다.
부시 대통령은 22일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에서 열린 미 육군참전용사회 연례모임에 참석해 “베트남에서 철수해 무고한 민간인 몇백만이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라크에서 섣부른 철군은 미군 철수 이후 베트남과 캄보디아에서 벌어졌던 유혈참상·혼란과 같은 상황을 불러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철군론자들을 보트피플과 재교육수용소, 킬링필드 등에 대한 건망증 환자들이라고 비난하면서 “인간 해방을 위한 가장 위대한 군대”인 미군은 자신의 임기 안에는 철수하지 않을 것임을 강하게 시사했다.
부시 대통령은 또 9·11 동시테러를 일본 군국주의의 진주만 공격에 비유하고, ‘테러와의 전쟁’을 과거 일본 군국주의나 나치와의 전쟁에 견줬다. 이들과 한국전, 베트남전의 유사점은 이슬람과격주의, 군국주의, 공산주의 등과의 ‘이데올로기 싸움’이라는 독특한 주장을 내놨다.
부시 대통령의 이날 연설은 다음달 11일 이라크 현지사령관과 주재대사의 보고서 제출과 의회 증언을 전후해 강화될 의회의 철군 요구에 강경하게 맞설 뜻을 내비친 것이다.
그러나 상원 외교위원장인 조지프 바이든 의원(민주)은 “베트남과 이라크의 유일한 유사점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앞으로도 받지 못할 중앙 정부에 집착한 것뿐”이라며 “대통령이 국민들을 바보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베트남전을 확전했던 존 에프 케네디 대통령의 동생인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도 “역사에서 잘못된 교훈을 끌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역사학자들도 역사적 상관관계를 무시한 역사왜곡이자 궤변이라고 거세게 비난했다. 〈뉴욕타임스〉는 △10년 동안 2차대전 때보다 많은 폭탄을 베트남에 퍼붓고 미군 5만8700여명을 희생하고도 우리의 의지를 관철할 수 없어 베트남에서 철군했고 △캄보디아에서 크메르루주의 세력 확대는 미군의 캄보디아 공습에 대한 반발에서 비롯했다는 주류 역사학자들의 의견을 전했다.
한편, 친부시와 반부시 진영간의 철군을 둘러싼 대리전도 불꽃을 튀기고 있다. 백악관의 전위단체로 알려진 ‘프리덤스 워치’는 22일부터 1500만달러를 투입해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정책을 지지하는 광고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이에 맞서 민주당 쪽의 ‘변화를 위한 미국인 연합’은 노동계의 지원을 받아 1천만달러 이상을 투입해 광고를 내보내고, 오는 28일 전국 주요도시에서 대규모 반전집회를 열 계획이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한편, 친부시와 반부시 진영간의 철군을 둘러싼 대리전도 불꽃을 튀기고 있다. 백악관의 전위단체로 알려진 ‘프리덤스 워치’는 22일부터 1500만달러를 투입해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정책을 지지하는 광고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이에 맞서 민주당 쪽의 ‘변화를 위한 미국인 연합’은 노동계의 지원을 받아 1천만달러 이상을 투입해 광고를 내보내고, 오는 28일 전국 주요도시에서 대규모 반전집회를 열 계획이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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