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보 모랄레스 대통령
대통령실, 거부 선언…“반정부 세력에 70% 유입”
미대사관 통해 집행 주장…미 “근거 없다” 부인
미대사관 통해 집행 주장…미 “근거 없다” 부인
볼리비아 정부가 반정부 세력 활동자금으로 전용되는 미국 원조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후안 라몬 킨타나 대통령실 장관은 “미국 원조가 반정부 세력한테 흘러 들어가 세미나, 출판, 여행 자금이 되고 있다”며 “정국 불안을 조장하는 미국의 원조를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31일 보도했다. 킨타나 장관은 “만약 미국이 볼리비아 현정부 정책에 따르지 않는다면, 이 나라를 떠날 수 있는 문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볼리비아 정부는 원조 전용 주장의 근거로 “미국 국제개발처(USAID)가 볼리비아 급진세력에 맞서 민주적이고 중도적인 정당의 육성을 도와야 한다”는 볼리비아 주재 미국대사관의 전문을 공개했다. 미 국제개발처 인터넷 홈페이지는 ‘민주적 법치 아래 지속가능하고 균등한 발전’을 볼리비아 지원 목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올해 미국 국제개발처의 볼리비아 원조액은 1억2천만달러다. 볼리비아 정부는 미국 원조 전액이 미국대사관을 통해 집행되며, 미국이 일방적으로 집행한 원조금 70% 가량이 야권 등 반정부 세력에게 흘러들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톰 케이시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미국 원조가 현지 정부 전복이나 내정간섭에 전용됐다는 주장은 절대로 근거가 없다”고 부인했다.
2005년 12월 당선된 에보 모랄레스(사진) 대통령은 국유화 정책, 코카 재배 등을 놓고 미국 및 보수기득권 세력과 갈등을 빚고 있다. 지난주에 필립 골드버그 볼리비아 주재 미국대사가 “모랄레스 대통령의 코카 재배 장려 정책으로 코카인 밀매 조직의 활동이 크게 늘었다”고 비판하자, 코카 재배업자 출신인 모랄레스 대통령이 “내정 간섭하는 외국 대사에게 ‘급격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천연가스산업 국유화를 선언하고, 주요 광산에 대한 개발권을 국가 소유로 돌렸다. 볼리비아 정부가 추진하는 전화·철도 국유화에는 철도산업에 투자한 미국 자본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천연가스가 많이 매장된 동부 지역 보수 기득권 세력들은 가스전 운영권을 중앙정부에 뺏기지 않으려고 자치권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28일 볼리비아 9개주 가운데 6개주에서 반정부 세력이 자치권 확대 등을 내걸고 24시간 파업을 벌였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