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마 빈 라덴의 사진. 왼쪽은 2004년 10월 <알자지라>에 방송된 것이고, 오른쪽은 6일 공개된 것이다. AP/연합
이슬람세력 ‘빈 라덴 새 비디오’ 공개 예고…미 당국 긴장
‘복수전 반대’ 확산…22개국 “미 이라크서 철수해야” 67%
‘복수전 반대’ 확산…22개국 “미 이라크서 철수해야” 67%
2001년 9월11일 뉴욕 세계무역센터를 강타한 비행기 2대의 기억은 서서히 퇴색해 간다. 미국 사회에선 조지 부시 행정부의 중단 없는 대테러전쟁에 대한 염증도 고개를 들고 있다.
■ 빈 라덴의 재등장?=이슬람주의 세력인 알카에다가 운영하는 ‘알사하브’ 방송의 웹사이트에 6일 올라온 게시물이 미 정부 당국자들을 긴장시켰다. 9·11 6주년을 맞아 “미국인들에게 오사마 빈 라덴의 새 비디오를 곧 공개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빈 라덴의 사진도 함께 실었다. 사진 속의 빈 라덴은 수염 빛깔이 새카맣게 변했을 뿐, 예전과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에이피>(AP) 통신은 수염 염색은 이슬람 지도자들에겐 흔한 일이라고 전했다. 영국 <가디언>은 이 테이프가 72시간 안에 공개될 것으로 예상했다. 2004년 10월 이후 중단돼온 빈 라덴 비디오의 공개는 그의 ‘건재’를 입증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폭스뉴스>는 미국 연방 대테러 수사관들이 9·11 6주년에 “특별한 선물”을 경고한 한 이슬람주의 웹사이트 게시물을 분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2일 게시된 이 글은 “맨해튼을 공격했던 축복받은 날에 특별한 선물이 있을 것”이라는 내용이다.
■ ‘9·11 피로증’=해마다 이맘때면 붕괴된 무역센터 자리인 ‘그라운드 제로’에서 희생자를 기리는 대규모 추모행사가 열렸다. 그러나 최근엔 엄청난 행사 규모에 불편함을 드러내는 사람이 늘고 있다. 유가족에 대한 친지들의 관심이 옅어졌다는 조사결과도 있었다. 미국 사회에서 9·11이 이처럼 잊혀지고 있다며 ‘9·11 피로증’이란 말도 등장했다.
미국은 9·11 ‘복수’를 이유로 아프가니스탄을, 대량살상무기를 이유로 이라크를 침공했다.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여론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비비시>가 22개국 2만2천여명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이 ‘미국은 이제 이라크를 떠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39%는 ‘즉각 철수’, 28%는 ‘단계적 철수’를 요구했다. 23%만이 ‘이라크가 안전할 때까지 주둔해야 한다’고 답했다.
미국 사회도 더 이상의 ‘복수전’을 그다지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이라크전에 줄곧 비판적이었던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에서도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전 강행에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미군 추가 파병에 대한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사령관과 라이언 크로커 이라크 주재 대사의 청문회를 앞두고, 부시 대통령은 3일 이라크를 ‘깜짝’ 방문해 추가 파병의 필요성을 역설하려 했다. 그러나 현지 군 사령부를 직접 만난 뒤, 마치 ‘손을 든’ 듯 부분 철군을 시사하기도 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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