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류재훈 특파원
특파원리포트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이래 미국 정치의 보수 바람은 분명하게 퇴조하고 있다.
조지 부시 대통령과 그의 정치고문이었던 칼 로브의 ‘항구적 다수당 건설’의 꿈은 백일몽이 됐다. 워싱턴 정치전문가들은 지난해 중간선거 패배로 공화당 우위의 흐름이 끝났고, 2008년 선거는 공화당 시대의 장례식이 될 것이라는 단정적 전망을 내놓는다. 지금 공화당 상황은 1974~1976년 워터게이트 스캔들 이래 최악이다.
1964년 이래 40여년 동안 공화당은 50% 이상의 득표로 여섯 차례의 대선에서 승리했다. 민주당은 단 한차례 지미 카터(50.1%)가 유일했지만, 재선에 실패했다. 빌 클린턴도 1992년과 1996년 43%, 49.2%의 득표로 당선됐을 뿐이다. 1965년 린든 존슨 대통령의 흑인인권에 대한 지지를 선언한 이래 공화당은 남부를 텃밭으로 바꾸었다. 이후 민주당은 북동부와 북서부의 블루벨트에 기반한 지역정당으로 전락했다. 민주·공화의 상징색인 블루-레드의 구분은 확연해지는 듯했다.
그러나 지난해 중간선거를 계기로 공화당이 오히려 남부 지역당으로 전락했다. 남부 이외에 남서부와 중서부의 일부에서 우위를 지켰을 뿐이다. 북동부의 공화당내 리버럴인 이른바 록펠러 공화당원들은 몰락했다. 반면 민주당은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애리조나·뉴멕시코·콜로라도처럼 경제성장이 왕성한 서부지역에서 지지세를 확장했다. 내년 대선 민주당 전당대회가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열리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민주당은 이들 지역에서 공화당의 전유물이던 총기소유나 재정적 보수주의를 지지하는 후보들을 내보내, 공화당과 차별성을 없앴다.
‘떠나는 서부’ 남부지역당 추락
젊은층 이탈로 지지층 ‘노령화’
당원 흑인 1%·히스패닉 2%뿐 이런 추세라면 내년 선거에서 판세를 결정하는 주인 오하이오주, 부시의 아성인 텍사스주까지 민주당의 약진이 예상된다. 최근 사퇴 의사를 철회해 공화당을 더욱 곤경에 빠뜨린 데니얼 크레이그 상원의원의 화장실 사건이 벌어진 곳이 내년 공화당의 전당대회가 열릴 미네아폴리스라는 점도 공화당 비극의 전조로 읽힌다.
2007년 현재 자신을 공화당원으로 생각하는 유권자는 35%이다. 반면, 민주당원이라는 유권자는 50%이다. 의회 선거자금 모금에서도 민주당은 공화당에서 비해 2배 이상 모았다. 대선후보의 모금에서도 민주당 후보들은 총계에서 1억달러 이상 앞섰다. 1968년 닉슨 대통령이 당선된 다음해 <공화 다수당 시대의 도래>라는 책에서 공화당 시대를 예언했던 케빈 필립스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와 회견에서 “클린턴이 보다 효율적인 대통령이었고, 2000년 대선에서 앨 고어가 좀 더 선전했다면 공화당 시대는 1968~1992년으로 끝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을 다수당으로 만들려는 공략대상이던 젊은 유권자와 중남미계, 무당파 유권자들의 공화당 이탈은 가장 두드러진다. 이들 유권자들의 비율은 각각 12%, 8%, 26%이다. 공화당원 가운데 히스패닉은 2%, 흑인은 1%에 불과하다. 55살 이상의 공화당원은 10년전 28%에서 현재는 41%이다. 공화당 선거전문가인 토니 파블리치오는 이라크전 뿐 아니라 동성 결혼, 낙태, 줄기세포 연구, 이민 등 사회적 이슈에 대한 근본적 변화가 없이는 공화당이 인구적인 변동추세와 사회적 변화에 적응할 길이 없다는 진단을 내놨다. 그렇다고 민주당의 우위가 지속될 것 같지는 않다. 메릴랜드대학의 톰 새럴 교수는 “미국 정치는 이제 어느 한 당의 우위가 장기화할 수 없는 열린 정치시대로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1988년 대선에서 아버지 부시에게 무릎을 꿇었던 마이클 듀카키스도 최근 “블루-레드의 경계가 무너져 보라로 바뀌고 있다”며 민주당 우세지역 위주의 선거 운동에 재고를 촉구했다. 공화당과 같은 전략을 구사하다간 공화당 같은 꼴을 당할 수 있다는 경고이다. 민심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정당이 심판받는다는 것은 한국 정치나 미국 정치나 다르지 않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젊은층 이탈로 지지층 ‘노령화’
당원 흑인 1%·히스패닉 2%뿐 이런 추세라면 내년 선거에서 판세를 결정하는 주인 오하이오주, 부시의 아성인 텍사스주까지 민주당의 약진이 예상된다. 최근 사퇴 의사를 철회해 공화당을 더욱 곤경에 빠뜨린 데니얼 크레이그 상원의원의 화장실 사건이 벌어진 곳이 내년 공화당의 전당대회가 열릴 미네아폴리스라는 점도 공화당 비극의 전조로 읽힌다.
2007년 현재 자신을 공화당원으로 생각하는 유권자는 35%이다. 반면, 민주당원이라는 유권자는 50%이다. 의회 선거자금 모금에서도 민주당은 공화당에서 비해 2배 이상 모았다. 대선후보의 모금에서도 민주당 후보들은 총계에서 1억달러 이상 앞섰다. 1968년 닉슨 대통령이 당선된 다음해 <공화 다수당 시대의 도래>라는 책에서 공화당 시대를 예언했던 케빈 필립스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와 회견에서 “클린턴이 보다 효율적인 대통령이었고, 2000년 대선에서 앨 고어가 좀 더 선전했다면 공화당 시대는 1968~1992년으로 끝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을 다수당으로 만들려는 공략대상이던 젊은 유권자와 중남미계, 무당파 유권자들의 공화당 이탈은 가장 두드러진다. 이들 유권자들의 비율은 각각 12%, 8%, 26%이다. 공화당원 가운데 히스패닉은 2%, 흑인은 1%에 불과하다. 55살 이상의 공화당원은 10년전 28%에서 현재는 41%이다. 공화당 선거전문가인 토니 파블리치오는 이라크전 뿐 아니라 동성 결혼, 낙태, 줄기세포 연구, 이민 등 사회적 이슈에 대한 근본적 변화가 없이는 공화당이 인구적인 변동추세와 사회적 변화에 적응할 길이 없다는 진단을 내놨다. 그렇다고 민주당의 우위가 지속될 것 같지는 않다. 메릴랜드대학의 톰 새럴 교수는 “미국 정치는 이제 어느 한 당의 우위가 장기화할 수 없는 열린 정치시대로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1988년 대선에서 아버지 부시에게 무릎을 꿇었던 마이클 듀카키스도 최근 “블루-레드의 경계가 무너져 보라로 바뀌고 있다”며 민주당 우세지역 위주의 선거 운동에 재고를 촉구했다. 공화당과 같은 전략을 구사하다간 공화당 같은 꼴을 당할 수 있다는 경고이다. 민심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정당이 심판받는다는 것은 한국 정치나 미국 정치나 다르지 않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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