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왼쪽) 이라크 주둔 미군사령관과 라이언 크로커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가 10일 미 하원 외교·군사위 합동 청문회에 출석해 이라크 전쟁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
미군사령관 하원청문회 “내년8월 13만명밑 감축 가능”
민주당 “즉시 완전철군” 거듭 촉구…6시간 열띤 논쟁
민주당 “즉시 완전철군” 거듭 촉구…6시간 열띤 논쟁
미국에서 이라크 철군 공방이 다시 열기를 띠고 있다. 10일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이라크 주둔 미군 사령관과 라이언 크로커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를 상대로 한 하원 청문회를 시작으로 11일 상원 청문회, 13일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연설 등이 이어질 예정이다.
■ “내년 여름엔 증강 이전으로 철군 가능” =퍼트레이어스 사령관은 하원 외교·군사위 합동 청문회에서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증강 이후 폭력사태가 크게 줄었다며 현재 16만8천명의 주둔군 규모를 내년 8월까지 증강 이전인 13만명(15개 여단) 수준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철군 규모에 대한 결정을 내년 3월 이전까지 유보해줄 것을 요청했다.
크로커 대사도 “이라크에서 정치·경제·외교적 진전이 급격한 상향곡선을 그리고 있어 정치적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고 본다”며 시간을 좀더 달라는 의견을 내놨다. 두 사람은 자신들이 독자적으로 종합한 의견이라고 강조했으나, 3주 전 미국 정보기관들의 국가정보평가보고(NIE)를 대부분 답습한 것이다. 조지 부시 대통령의 고집스런 이라크 정책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 철군 논란의 재판 =13만명 규모의 병력 유지는 민주당 쪽의 철군 요구와는 거리가 상당히 멀다. 이날 청문회에선 두 위원회 소속 100여명의 의원들이 출석해 6시간 동안 열띤 공방을 벌였다. 톰 랜토스 외교위원장 등 민주당 의원들은 “행정부가 두사람을 오늘 이 자리에 보낸 이유는 승리를 손에 쥐었다는 것을 보여주라는 것이었겠지만, 전혀 공감할 수 없다”며 “이라크와 미국을 위해서 즉각 철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공화당 의원들은 알카에다와 이란의 위협을 강조하면서 퍼트레이어스 사령관과 크로커 대사의 견해를 변호했다. 새로운 돌파구 없이 지난 8개월 동안 되풀이돼온 의회의 철군 논란이 다시 한번 재연됐다. 내년 대선이 치러질 시점에도 10만명 이상의 미군이 이라크에 주둔하고 있을 것이 확실해지면서 철군 논란은 내년 대선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 악화하는 이라크 여론 =영국 〈비비시〉, 미국 〈에이비시〉, 일본 〈엔에치케이〉 방송이 지난달 공동으로 이라크인 2천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이라크인 10명 가운데 7명이 미군 증강 이후 치안이 더 악화됐다고 대답했다. 미군에 대한 공격이 정당하다는 응답도 60%에 이르렀다. 2년 전 같은 조사에서 내년에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보는 이라크인들은 64%에 이르렀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29%에 지나지 않았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상반된 이라크전 상황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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