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회의서 딴 나라 동참만 촉구해 ‘혹평’
“지구 온난화에 대한 조지 부시 대통령의 지도력은 기대할 게 없다.”
기후변화협약 교토의정서에 반대해온 부시 대통령이 주도한 ‘에너지 안보와 기후변화 주요국 회의’(27~28일)에 참가한 세계 주요 이산화탄소 배출국 대표들이 부시 대통령의 연설에 실망감을 넘어 모욕감을 피력했다.
부시 대통령은 28일 연설을 통해 “에너지 안보와 기후 변화가 중대한 도전이고 미국은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한 노력을 다 하겠다”면서도 “기후변화 대책이 경제 성장에 해를 끼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이전의 태도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새로운 접근” “역사적 책무” 등의 현란한 수식어와는 달리, 이산화탄소 배출의 자발적 감축을 강조했을 뿐 구체적인 새 대책은 전혀 내놓지 못했다. 개발도상국들의 청정에너지 개발을 위한 ‘국제청정기술기금’ 창설 방안을 제시했지만, 미국의 기여액은 밝히지 않은 채 재원 마련에 동참할 것을 촉구해 빈축을 샀다.
영국 대표인 존 애슈턴 기후변화특별대사는 “그런 기금 마련책은 기존의 교토의정서에도 있는 것”이라며 “이틀간 회의는 미국의 입지가 얼마나 고립돼 있는지를 잘 보여줬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내년 여름 주요배출국 정상회담을 열어 내년말까지 합의안을 만들 것”을 제안했으나, 일부 유럽 대표들은 자국 정상이 초청받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고 〈비비시〉 방송은 전했다.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구한 유럽의 고위 외교관은 이번 회의에 대해 “완전히 속임수”라며 “12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릴 유엔기후변화회의의 물타기를 위해 마련됐다는 의심을 확인시켜주는 회의였다”고 혹평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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