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대전때 아르메니아인 살상…터키정부 거센 반발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가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지난 1915년 터키의 전신인 오스만튀르크 통치 시기에 발생한 아르메니아인 집단살해를 ‘대량학살’로 인정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10일 통과시켰다. 이에 터키 쪽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양국의 갈등이 고조될 전망이다.
이날 찬성 27, 반대 21로 외교위를 통과한 결의안은 다음달 중순께 본회의에 상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대량학살’ 결의안은 상원에도 상정돼 있다. 그동안 아르메니아를 옹호하는 쪽은 오스만튀르크가 당시 기독교 계열의 아르메니아인 150만여명을 조직적으로 학살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터키 쪽은 오스만튀르크가 와해되던 권력 공백의 혼란기에 종족간 갈등으로 희생됐을 뿐이며, 이 과정에서 상당수의 무슬림도 숨졌다고 반박해왔다.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터키와의 동맹관계 훼손을 우려해 결의안 채택을 반대했지만, 의회의 움직임을 막지는 못했다. 부시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통해 “미 의회의 결의안 채택 움직임은 올바른 반응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터키 외교부는 11일 공식성명을 통해 “대단히 민감한 시기에 미국-터키의 우호적이고 전략적인 제휴관계를 어렵게 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터키는 북대서양조약기구에서 두번째로 큰 규모의 군대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의 핵심 동맹이다. 이날 앙카라의 미 대사관 앞에는 수백명의 터키 시위대가 모여 반미 구호를 외쳤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