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 및 중동 인근의 미군 기지
키르키스·터키 “철수” 압박…카스피해 5국 동참
‘중·러 견제-이란·이라크 통제’ 전략 차질 불가피
‘중·러 견제-이란·이라크 통제’ 전략 차질 불가피
중앙아시아 및 중동을 비스듬히 관통하는 미군 기지 축선이 흔들리고 있다. 동북쪽으로는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고, 남서쪽으로는 이란과 이라크를 통제하기 위한 전략이 벽에 부딪힌 모양새다.
우선 우즈베키스탄에서 시작된 중앙아시아 축선의 붕괴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2005년 5월 안디잔에서 발생한 반정부 시위의 배후에 미국이 있다고 여기고, 미국에게 하나바드 공군기지에서 철수하라고 요구했다. 우즈베키스탄의 강경한 입장에 밀려, 미국은 같은 해 11월 이 기지에서 철수해야 했다. 러시아는 미국의 빈자리를 치고 들어와 우즈베키스탄과 상호 군사보호조약을 맺었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이후 계속 병참기지 역할을 하고 있는 키르기스스탄(키르기스) 마나스 공군기지도 철수와 주둔의 갈림길로 내몰리고 있다. 키르기스 야권은 러시아와 연합을 구성해야 한다며, “미군 철수”를 공공연하게 외치고 있다.
미국의 ‘동진 전략’에 위협을 느끼던 러시아와 중국도 키르기스를 중간에 두고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올해 8월 키르기스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는 러시아와 중국, 카자흐스탄, 키르기스 등 6개국 정상들이 참여한 가운데 ‘안전 보장을 위한 역내 연대’를 천명했다. 키르기스에 주둔하는 미군 철수를 간접적으로 촉구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물론 미국도 지난 6월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이 직접 키르기스를 방문하는 등 공을 들이고 있다. 그러나 키르기스의 선택이 미국에 유리한 쪽으로만 기울지는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다.
중앙아시아에 이어 중동을 겨냥한 미군의 전초기지들도 상황이 여유롭지 못하다. 러시아의 주도로 이란, 아제르바이잔 등이 참여한 가운데 16일 열린 카스피해 연안 5개국 정상회의는 사실상 러시아의 승리였다.
정상들은 무력을 사용하려는 외부세력에 자국 영토를 내줄 수 없다는 선언을 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16일 이를 두고, 이란의 북부와 맞닿아 있는 아제르바이잔이 이란 침공을 위한 미군의 발진기지로 사용될 가능성을 경고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도 “이란과 같은 이웃에 대항한 어떤 공격을 위해 카스피해 주변 영토를 허용해서는 안된다”고 분명히 못박았다.
아제르바이잔에는 현재 미국 병력이 주둔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미군이 이란을 군사적으로 공격할 경우, 공수여단, 특수부대 등이 모두 아제르바이잔에 대기하다 투입될 것이라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아제르바이잔의 발진 기지 사용이 막힌다면, 미국은 더 많은 비용을 치르면서 대안을 모색해야 하는 처지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 하원 외교위원회가 20세기 초 터키 내 아르메니아인 ‘대량학살’ 결의안을 통과시키면서 미국에 대한 터키의 반응은 싸늘해졌다. 터키는 결의안 통과에 대한 반발로, 이라크로 가는 미 군수물자의 70%가 거치는 자국 남부기지에 대한 사용권을 제한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 하원 외교위원회가 20세기 초 터키 내 아르메니아인 ‘대량학살’ 결의안을 통과시키면서 미국에 대한 터키의 반응은 싸늘해졌다. 터키는 결의안 통과에 대한 반발로, 이라크로 가는 미 군수물자의 70%가 거치는 자국 남부기지에 대한 사용권을 제한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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