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뉴욕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한 오코너 전 대법관 부부. 뉴욕/AP
알츠하이머병 기억상실 남편
다른 할머니 만나 ‘열애’ 담담히 받아들여 ‘감동’
다른 할머니 만나 ‘열애’ 담담히 받아들여 ‘감동’
최초의 미국 여성 대법관으로 24년간 보수·진보간 균형추 구실을 했던 샌드라 데이 오코너(77) 판사가 2005년 전격적으로 조기은퇴를 선언한 이유는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남편과 더 많은 시간을 갖기 위해서였다. 은퇴 뒤 고향인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칩거하며 좀처럼 언론에 등장하지 않던 그의 최근 소식은 의외의 곳에서 전해졌다.
지난 8일 애리조나주의 은 알츠하이머병 특집을 방영하면서 오코너 전 대법관의 남편인 존 오코너(77)의 사례를 조명했다. 존은 다른 많은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처럼 자신의 배우자에 대한 기억을 잃은 상태였다. 그리고는 피닉스의 요양원에 만난 ‘케이’라는 할머니를 새로이 만나 편안한 말년을 보내고 있었다. 오코너를 대법관에 지명했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도 마지막엔 알츠하이머로 부인 낸시를 전혀 알아보지 못했다.
직장을 그만두면서까지 뒷바라지에 헌신적이었던 오코너는 남편의 이런 모습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큰아들 스캇(50)은 방송 인터뷰에서 “어머니는 아버지가 요양원 생활에 만족해 하고 행복해 하는 데 대해 매우 기뻐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캇은 “아버지는 사랑에 빠진 10대 소년 같다”고 말했다.
특집방송에 오코너 전 대법관이 직접 등장하진 않았지만, 누구보다도 강한 여성으로 알려진 오코너 전 대법관의 최근 생활과 면모를 알기에는 충분했다. <유에스에이투데이>는 13일 알츠하이머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방송에 남편의 출연을 받아들인 그의 결정은, 자신의 유방암 수술 경험을 소개하며 암환자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불어넣었던 1994년 전미암생존자연맹 연설을 상기시켰다고 평가했다. 오코너는 스탠퍼드대 법대대학원 동창인 남편과 1952년에 결혼해 세 아들을 두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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