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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끝모를 ‘달러 약세’ ‘기축통화’ 달러 영광, 반세기만에 저무나

등록 2007-11-20 13:28수정 2007-11-20 13:35

1971년 변동환율제 도입 뒤 가장 낮은 화폐가치 기록
‘브레튼우즈Ⅱ’ 체제 붕괴우려…무역대금 대안책 부심
서브프라임 부실로 보유고 많은 나라 잇단 ‘달러결별’
달러 약세가 기록적인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1971년 달러의 변동환율제가 도입된 이후 국제경제 체제인 이른바 ‘브렌트우즈II’ 체제가 붕괴하는 것이 아니냐는 진단까지 나오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은 앞다퉈 달러 보유 비중을 줄이고 있다. 특히 석유수출국기구(오펙)에서는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보장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하는 석유대금 결제 통화로 달러 이외에 다른 통화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달러가 누려왔던 기축통화의 지위마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달러 가치는 71년 고정환율제와 금본위제가 무너지고 변동환율제가 도입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달러는 최근 금융시장에서 1.5 유로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일본의 엔과 유럽 통화에 대비한 달러가치가 고정환율제 시절의 3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막대한 무역적자에도 불구하고 부양됐던 달러화의 신화가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을 계기로 여지없이 깨지고 있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상무부 국제통상담당 차관보를 지냈던 제프리 가튼 예일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세계의 경제력과 정치력의 광범위한 재조정이 벌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를 자문해온 케네스 프루트 하버드대학 경영대학원 교수는 “달러가치 하락은 아주 오래 갈 것”이라며 “달러는 경쟁력과 생산성이 증대된 다른 통화들에 비해 계속 떨어질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중국과 인도의 비약적인 경제성장, 유로화에 대한 신뢰 상승, 미국의 기록적인 재정적자와 무역적자 및 주택시장 침체, 런던 금융가의 영향력 증대 등이 이런 재조정의 배경이 됐다. 처음으로 달러의 외환보유 화폐로서의 지배적 지위를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달러 보유가 많은 나라들일수록 달러화와 관계 정리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석유 수출이 많은 쿠웨이트는 지난 5월 달러페그제를 포기했다. 인근 중동 산유국들도 뒤를 잇고 있다. 미국의 관리 아래 있는 이라크 정부도 달러 위주의 외환 보유고를 다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17~18일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린 석유수출국기구 정상회의에서는 석유결제 통화를 달러에서 바스켓 통화 체제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제유가를 달러로만 표시할 것이 아니라 신뢰할 만한 복수의 국제 통화에 가중치를 부여한 뒤 그 평균치로 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체제의 도입은 그동안 석유 등 국제 원자재 시장에서 누려온 달러의 독점적 지위에 손상을 줄 것으로 보인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18일 석유수출국 기구 정상회의 뒤 “모든 참석국들이 보유 외화를 ‘쓸모없는 종이 조각’이 된 달러 말고 다른 신뢰할 만한 통화로 바꾸는 문제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주장했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석유결제 통화를 달러에서 바스켓 통화체제로 변경하자는 이란과 베네수엘라의 주장은 “자칫 달러 폭락을 불러 세계경제가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친미 국가들의 반대로 18일 최종 성명에 포함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란과 베네수엘라는 국제 석유대금 결제를 기존의 달러 대신 바스켓 통화에 연동하는 방안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9월 말 현재 1조4천억달러로 세계 최대 외환보유국인 중국도 달러 대신 강한 통화에 대한 투자를 늘려가겠다고 밝히고 있다. 한국은행도 조선업 호황으로 인한 원화 절상을 고려해 선박수주 대금의 원화결제를 독려하고 있다.

달러화 외환보유의 감소는 달러화 약세를 가중시키는 또다른 요인이 되고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세계각국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에서 달러의 비율은 1999년 71%에서 지난 2분기 64.8%로 줄었다. 유로화의 비율은 25.6%로 늘었다. 메릴린치는 “앞으로 5년 안에 1조2천억달러에 이르는 달러 자산이 다른 통화로 옮겨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지난달 도쿄의 세미나에서 “세계의 외환보유 체계가 무너지고 있다”며 “외환보유 화폐로서 달러에 대한 관념이 변하고 달러화의 외환보유고가 빠져나가면서 달러가치 하락 압력은 계속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리오단 로트 존스홉킨스 대학 교수는 “달러와 미국에 대한 신뢰가 상실됐다”며 “이는 부시 행정부에 대한 실망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음을 반영한 것일 수 있지만, 민주·공화 어떤 당이 다음 행정부를 이끌든 달러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힘든 싸움을 벌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박병수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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