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이후 이란이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중단했다는 미국 정보기관들의 보고서가 공개된 다음 날인 4일,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백악관 기자회견 도중 얼굴을 찌푸리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
강경파 압박 뚫은 정보관리 ‘독립선언’ 분석에
‘중동정세 악화 따른 대통령 공개 승인’ 풀이도
‘중동정세 악화 따른 대통령 공개 승인’ 풀이도
3일 나온 이란 핵 관련 미국 정보기관 보고서로 이란 압박에 열을 올려온 조지 부시 행정부가 곤혹스런 처지에 놓이게 돼, 보고서가 전격 공개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정보기관들의 반란= 도널드 커 국가정보국 부국장은 “이란의 핵 능력에 대해 우리의 평가가 달라졌기 때문에 정확한 평가에 대한 접근이 가능하도록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2007년 국가정보평가(NIE) 보고서’ 브리핑에 참석한 정보관리들은 직설적으로 “이라크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2002년 정보판단 실수의 교훈이 정보 수정의 배경”이라고 말했다.
이라크 침공의 근거로 악용된 잘못된 정보평가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정보기관들의 ‘독립적 결단’으로 공개됐다는 얘기다. 실제 미국 정보기관 16곳의 총책임자인 마이클 매코널 국가정보국장은 지난달 13일 한달 안에 정보평가 보고서가 마무리된다고 예고하면서, “사표 제출”까지 언급하며 선별적 정보 악용에 대해 경고한 바 있다.
백악관과 국무부가 당황할 정도로 전격적으로 이뤄진 보고서 공개의 시점은 이런 맥락과 일치한다. 공개를 불과 이틀 앞둔 1일 국무부의 이란정책 최고책임자인 니컬러스 번스 차관은 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P5+1)의 고위 관리들을 만나, 이란에 대한 3차 제재 결의안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추가 제재에 미온적이던 러시아와 중국도 제한적 조처에 동의했고, 세부 사항은 이번주 협의할 예정이었다. 전쟁 위험을 한층 높여줄 이란 추가 제재 합의가 임박한 시점에 보고서가 공개돼 그 ‘뇌관’을 사실상 제거한 셈이다.
정보평가 수정을 하는 근거가 된 추가 정보와 관련해선 다양한 보도가 나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란의 핵개발이 중단됐음을 언급한 이란군 사령관들 사이의 전화감청 등을 들었다. 2005년 터키에서 실종돼 미국의 보호를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전 이란 국방차관(가디언), 올해 서방에 망명한 이란군 장성(이코노미스트)의 정보 제공 가능성도 거론된다.
■ 부시 대통령이 공개 선택= 반면 이번 보고서 공개는 부시 대통령이 승인했고, 중동 사정 등을 고려할 때 이란 공격이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결론에 따른 것이라고 주간 <타임>이 4일 보도했다. <타임>은 “기존의 대이란 정책을 180도 뒤집는 이런 폭발적인 보고서는 대통령의 공개 승인을 받은 게 확실하다”며, 이란을 공격할 경우 이라크와 레바논의 정세 악화, 헤즈볼라의 이스라엘 공격 가능성 등 주변 정세를 고려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또 아랍 국가들이 이란을 공격하면 미국을 지원하지 않겠다면서도, 이란은 ‘광견병에 걸린 개’라며 그냥 발로 차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사살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부시 행정부를 망설이게 했다고 <타임>은 설명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