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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하이브리드카로 옮겨타는 미국인들

등록 2007-12-09 21:08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특파원리포트
32년만에 평균연비 인상법안
하원통과에 부시 거부권 공언
가격 비싸지만 “친환경” 대세

원유값이 배럴당 100달러까지 치솟고, 가솔린 소비자 값도 2000년 초 갤런(3.78ℓ)당 1.5달러에서 3달러선을 돌파하자, 미국에서도 고효율 연비차량이 특별한 주목을 받고 있다.

미 하원은 지난 6일 민주당 주도의 야심찬 ‘에너지 독립 안보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2020년까지 자동차 평균연비를 갤런당 35마일(ℓ당 14.8㎞)로 현행보다 40% 올린다는 것이 뼈대이다. 재생에너지 전력생산 비율 증가(15%), 에탄올의 생산량 증가, 석유메이저들에 대한 세금 감면 폐지 등도 담고 있다.

미국에서 평균연비를 올린 것은 오일쇼크 직후이던 1975년 이래 32년 만에 처음이다. “에너지 절약은 개인의 미덕”이라고 주장하는 딕 체니 부통령에 현혹된 부시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를 공언하고 있다. 그러나 여론 압력으로 자동차사 ‘빅3’도 받아들였다. 지구온난화와 관련한 교토의정서를 거부한 부시 대통령이 이 법안마저 거부한다면 지구온난화의 적은 분명해질 것이다. 에너지 문제는 내년 대선의 최고 이슈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선두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평균연비를 55마일로 높이자는 공약을 내놓았다.

올 들어 워싱턴 지역에서는 하이브리드 차량이 크게 늘어났고, 최고연비인 도요타의 프리우스는 올들어 미국에서만 18만5천대 이상을 팔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분석컨설팅회사인 글로벌인사이트는 평균연비 35마일이 적용될 2020년이 되면 하이브리드 차량이 20%, 가솔린보다 30% 효율이 높은 디젤엔진 차량 27%가 시장을 점유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로 인한 연료절감 효과는 연간 220억달러로 예상된다. 차량가격은 5천달러 이상 비싸지고, 연료소비가 많은 픽업과 SUV 차량은 줄어드는 대신 전반적으로 소형·경량화 될 것이다.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대수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9% 늘었지만, 미국 시장에서 2%에 불과하다. 현재도 하이브리드 차량은 동급의 차량보다 2천~7천달러 이상 비싸다. 1년에 평균 1만5천마일을 달리는 것을 가정할 때 적어도 5년 이상 타야 차량 구입의 추가비용이 빠진다. 그러나 하이브리드 차량 운전자들은 연비보다는 “환경보호, 지구온난화 방지 등에 동참하고 있다는 만족감”을 구입이유로 들고 있다.

미국 자동차 시장의 향후 대세는 판가름나지 않았다. 지엠은 프러그인 자동차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고, 포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솔린 터보직접분사방식(GDTI)에 주력하고 있다. 도요타는 프러그인 하이브리드쪽을 염두에 두면서 기존의 하이브리드 차량을 개량하고 있고, 혼다는 하이브리드 이외에 올해부터 수소전지차량을 상용화해 임대를 시작했다. 한국의 자동차사들은 미국 시장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할 땐 중국에서처럼 다시 실패할 수밖에 없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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