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언론 “부시 친서 통한 외교적 승리” 평가
미국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대표적 교향악단인 뉴욕필하모닉 오케스트라(뉴욕필)의 내년 2월26일 평양 공연에 대한 미국 내부의 평가가 상당히 긍정적이다. 미국 언론들은 미-중의 핑퐁외교에 버금가는 “문화적 돌파구”로 자리매김하고, 북-미의 외교적 해빙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관련 보도를 처음 내보낸 <뉴욕타임스>는 11일 1973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중국 방문 직후에 성사됐던 뉴욕필의 베이징 공연처럼 외교에 터를 닦는 구실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뉴욕필이 “오랫동안 넘을 수 없을 것으로 여겨졌던 문화적 국경을 넘는 것”이라며 “2002년 조지 부시 대통령이 ‘악의 축’이라고 불렀던 북한과의 관계 해빙의 또다른 조짐”이라고 분석했다.
<뉴욕선>은 “북-미의 첫번째 주요 문화 접촉인 뉴욕필의 공연 합의로 미국과 한국이 외교적 승리를 기록했다”며 “지난주 부시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한 크리스토퍼 힐 동아태 차관보가 펼친 외교가 받아낸 특별배당금”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힐 차관보는 “북한을 세계로 다시 끌어들이는 사건으로 기억될 것을 희망한다”며 “북한이 미국을 보는 시각이 변화했음을 보여준 것이고, 북핵협상을 진전시켜나가는 데 도움이 되는 중요한 변화”라고 말했다. 북한의 인권 문제를 강력히 제기해 오던 제이 레프코위츠 북한 인권특사도 “북한 체제의 성격 변화는 내부로부터 와야 하겠지만, 변화의 시작은 북한 주민들이 외부세계를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번 공연이 얼음을 깨는 것이라면 환영할 만한 조처”라며 이례적으로 높이 평가했다.
뉴욕필의 평양 공연은 △단원들과 스탭 뿐아니라 취재기자까지 동행하는 250명 규모의 방북단 △일반인 관람 △한국계 단원 8명의 동행 △미국 국가 연주의 보장 등 뉴욕필이 내건 조건들을 북한 쪽이 모두 수용해 합의됐다. 뉴욕필은 2박3일의 체류 기간 동평양대극장에서 연주회를 열고, 북한 음악인들에게 음악레슨을 한다. 이후 서울로 옮겨 연주회를 갖는다. 뉴욕필은 아시아나 전세기를 이용해 이동하며, 평양 공연에 드는 비용은 서울 공연의 독점중계권을 따낸 <문화방송>이 부담할 예정이다.
뉴욕필은 11일 오전 9시(현지시각)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와 박길연 유엔주재 북한대사가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고 클래식 공연 역사상 가장 정치적인 음악회가 될 동평양대극장 공연의 자세한 일정을 발표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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