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 유럽·캐나다·스위스 중앙은행과 달러 공급나서
단기 유동성확보 겨냥 불구 실물경제 파급 우려 인정한 셈
단기 유동성확보 겨냥 불구 실물경제 파급 우려 인정한 셈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인한 국제금융위기가 고조됨에 따라 9·11 동시테러 이후 최대의 국제금융공조체제가 가동됐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12일 유럽중앙은행, 캐나다·스위스은행 등과 협력해, 한달 기한의 ‘기간물 경매’(Term Auction Facility) 형태로 오는 17일과 20일 200억달러씩을 미국내 은행들에게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준은 또 유럽시장의 달러화 부족 사태를 막기 위해 유럽 중앙은행들과 240억달러의 단기 통화스왑 협정을 체결했다. 영국중앙은행도 오는 18일로 예정된 기간물 경매를 28.5억파운드에서 113.5억파운드로 늘리기로 했고, 캐나다 중앙은행은 시중은행들의 단기자금 공급을 위한 담보기준을 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기간물 경매는 △시장참여 자격요건을 완화하고 △담보채권 기준을 낮춰주며 △참여하는 시중은행들의 익명성을 보장해줌으로써 단기유동성을 쉽게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자율 인하처럼 유동성 확보의 단기적 효과를 겨냥한 조처다.
미국 연준이 사실상 세계의 중앙은행처럼 국제금융 공조를 주도하고 나선 것은 그만큼 위기감이 고조됐다는 의미다.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한 신용경색이 실물경제로 파급되고 있으며, 미국경제는 물론 세계경제 성장률을 끌어내릴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미 연준은 11일 오후 금리 인하 때 이 조처를 함께 발표하려 했으나, 유럽 금융시장의 개장시간에 맞춰 하루 미뤘다고 밝혔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지난 9월 이 조처를 고려하다 10월 들어 금융시장이 안정 기미를 보이자 계획을 접었으며, 이달 들어 중앙은행간 전화회의를 통해 다시 논의해왔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금융시장에선 이번 발표를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이 공조하는 증거라며 환영했지만, 제한적인 성공을 거둘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 조처는 세계 중앙은행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연합해 행동을 취했다는 것”이라며 “신용경색을 일거에 해소할 수는 없겠지만 신용회복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뉴욕타임스〉는 “9·11 이후 은행시스템에 대한 가장 공격적인 자금수혈”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이번 조처는 은행간 대출시장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으로, 미국 주택시장 침체와 관련된 신용시장의 문제는 경감시킬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준의 발표 직후 뉴욕 증시의 주가는 일시 상승했으나, 오후장 들어서면서 하락해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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