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검토중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 대사 후임에 캐슬린 스티븐스(사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선임고문이 추천됐다고 워싱턴의 한 소식통이 18일 밝혔다. 이번 인사가 확정될 경우 스티븐스 고문은 최초의 여성 주한 미 대사이자 한국말을 제대로 구사하는 최초의 주한 미대사가 된다.
이 소식통은 “스티븐스 보좌관이 내년 초 차관 승진설이 나도는 크리스토퍼 힐 동아태 국무차관보의 적극 추천해 이뤄진 것”이라며 “내년 정기 인사를 앞두고 단독 추천돼 백악관이 검토중이며, 부시 대통령의 결심을 거쳐 상원에 공식 통보되면 내년 6월쯤 상원 인준을 거쳐 가을쯤 한국에 부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스티븐스 고문은 2005년 여름부터 지난 7월까지 3년간 동아태 담당 수석 부차관보를 거쳐 현재 동아태차관 선임 고문으로 힐 차관보를 보좌하며 6자 회담 틀 안에서 가동되는 한반도 평화체제에 관한 태스크포스팀을 맡고 있다. 대북협상파에 속하는 스티븐스 고문은 유고 내전 해결과정에서부터 인연을 맺은 힐 차관보와 호흡이 잘 맞는데다 한국 근무 경험도 풍부하고 한국말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어 최초의 여성 주한대사를 지낼 인물로 거론되어 왔다.
이런 점에서 지한파인 스티븐스 고문의 대사 기용은 정기인사의 성격을 띠는 동시에, 북핵 현안 해결이 시급하고 내년초 한국에서 새 정권이 출범하고 11월 미국대선이 예정되어 있는 등 시기적으로 양국의 정권 변화기와 맞물려 부시 행정부가 북핵 협상을 임기 안에 원만히 마무리짓고 원활한 한-미 관계 복원을 염두에 중요한 신호로 보인다.
부시 행정부 1기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을 지낸 미첼 리스 윌리엄앤메리 대학 부학장은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회견에서 “한국과 한-미 동맹의 여러 측면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을 보내겠다는 뜻으로 한국 정부도 흡족해할 것”이라며 “힐 차관보와의 각별한 업무 인연 때문에 버시바우 대사보다는 업무조정이나 협조가 훨씬 더 잘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티븐스 고문은 프리스콧 대학을 졸업한 뒤 1975∼77년 평화봉사단원으로 충남 예산과 부여에서 영어교사로 활동한 적이 있고, 1978년 국무부에 들어가 1984∼89년 주한미대사관 정무과 근무를 거쳐 부산 미국 문화원장을 지냈다. 한국인과 결혼했던 적도 있다. 그는 하버드 대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고, 홍콩대학과 옥스퍼드 대학에서 수학했다. 한국어 외에도 세르보크로아트어를 구사할 수 있고, 광저우 영사관과 베이징 대사관에도 근무한 적이 있어 중국어도 어느 정도 할 줄 아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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