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LA 타임스 보도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백악관 등의 권고도 무시한 채 테러 용의자 ‘물고문’ 비디오테이프를 폐기한 것은 조직원 보호를 위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25일 정보국의 해외 비밀작전과 감금시설을 관리하던 호세 로드리게스 비밀공작국장의 독단적인 지시로 테이프가 폐기됐으며, 이는 정보국의 명성과 테이프에 얼굴이 찍힌 심문요원들을 보호하려는 것이었다고 정보국 요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비밀공작국은 정보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핵심부서로, 독특한 조직 보호 문화를 가졌다. 정보국의 대대적 개편을 추진했던 포터 고스 국장 같은 책임자에 대항해 줄줄이 사표를 던졌던 부서도 비밀공작국이었다. 한 전직 요원은 “요원들의 신분을 보호해야 하는 책임의 문제로 귀결됐고, 그 일이 로드리게스에게 떨어진 것이며 그는 옳은 일을 했다”고 주장했다.
2002년에 제작돼 정보국 해외감금시설 금고에 보관된 이 테이프들은 폐기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다. 고스 국장은 취임 직후 간부회의에서 테이프 폐기에 대해 반대를 분명했지만, 로드리게스는 자신이 지시해 테이프를 폐기한 뒤 고스 국장에게 보고했다. 고스 국장은 자신이 중용한 로드리게스를 징계하지도 못했다.
고스의 후임인 마이클 헤이든 국장도 이번 사건을 무마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그는 테러 용의자 심문이 미 국민의 생명을 구하고 테러 기도들을 분쇄하는 프로그램이라고 옹호하면서, 고스 국장 취임 당시 불만을 품고 정보국을 그만둔 인사들을 재기용하는 등 정보국의 개혁보다는 조직의 유지·재건에 힘을 쏟고 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