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2008년 대통령 선거의 출발인 아이오와 당원대회에서 승리한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3일 밤 아이오와주 디모인의 하이비홀에서 지지자들에게 연설을 하고 있다. 디모인/AFP 연합
젊은 흑인후보 자체가 강렬한 변화 상징
이라크, 불법이주민대책등 정책 선회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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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변화의 시간이 왔다.”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은 3일 미국 대선 민주당 당원대회(코커스)에서 1위를 차지한 뒤 이렇게 말했다. <뉴욕 타임스>는 “변화에 대한 요구가 민주당을 뒤흔들었다”고 선거결과를 평가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희망과 변화의 메시지, 높은 투표율이 맞물려 오바마가 확실히 승리했다”고 전했다.
변화의 깃발이 오바마의 선거 핵심 전략인 것이다. 오바마에게 표를 던진 민주당원 존 물러(42)는 “나는 힐러리나 부시 지지자와 달리, 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변화를 갈망하는 젊은 유권자들이 과거 어느 때보다 더 많이 투표장에 몰려나온 것도 승리의 원인으로 오바마 선거캠프는 분석했다.
그가 내건 변화는 무엇인가? 47살의 사상 첫 흑인 대통령. 오바마 그 자체가 무엇보다 강렬한 변화를 상징한다. 이른바 ‘와습’(WASP·백인 앵글로색슨계 신교도)이 아니면 주류 사회에 진입할 수 없는 미국. 이곳에서 ‘아프리카계 미국인’ 오바마가 국가 최고 지도자에 오른다면 변화가 아니라 ‘혁명’에 가깝다. <뉴욕 타임스>는 “오바마는 흑인과 백인으로 나누는 오래된 구분을 없애고, 새로운 것과 낡은 것으로 다시 구분짓고 있다”고 전했다.
그의 피부색만이 변화를 상징하는 것은 아니다. 정치적으로도 그는 2004년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된 새 인물이다. 1993년부터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부인으로, 재선 상원의원으로 15년간 중앙 정치무대를 누빈 힐러리 클린턴과는 비교할 수 없는 신선함이 넘친다. 힐러리의 ‘경륜’과 오바마의 ‘변화’가 맞붙었지만, 표심은 변화의 손을 들어줬다.
변화, 과거와의 단절은 오바마의 공약에서 드러난다. 오바마는 2003년 이라크 전쟁 시작 때부터 “군사적 해결은 안 된다”며 강력히 반대했다. 당시 찬성표를 던졌다가 이제 와서 모두 입장을 바꾼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과는 분명한 차이다.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대한 미국인의 염증을 생각하면, 오바마 쪽에 쏠린 표심을 이해할 수 있다.
오바마는 미국을 고립시킨 대결보다는 대화를 강조한다. 이란 핵문제도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과 조건 없이 직접 만나서 설득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란이 양보하기 전에는 만나지 않겠다는 힐러리와 차이가 난다.
결국 젊음, 미래를 향한 가능성과 희망, 다양성과 통합이라는 오바마의 비전에 아이오와 주민들이 손을 들어준 것이다. 오바마는 “우리를 너무도 오랫동안 갈라놓았던 벽을 무너뜨렸다”고 승리를 자축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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