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미국 기부금 순위
상위 10명 모두 생존자…1위 힐튼 회장 12억달러
미국 기부문화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 유언으로 재산을 남기는 데서 생전 기부로 무게중심이 이동 중이다.
해마다 상위 기부자 50명을 집계·발표하는 비영리단체 자선활동 전문지인 <크로니클 오브 필랜스러피>는 지난해 최상위 기부자 10명이 모두 생존인물이라며, 집계를 시작한 2000년 이후 처음이라고 13일 보도했다. 상위 50명의 기부액은 모두 73억달러에 이른다. 20위까지 1억달러 이상을 기부했다. 2006년엔 43억5천만달러를 빌게이츠재단에 기부한 워런 버핏의 특별한 사례를 빼고, 모두 66억달러였다. 이들 50명 가운데 28명은 <포천>이 선정한 미국 400대 부자에 꼽힌 억만장자들이다.
고액 기부자들의 기부 내역을 보면, 자신 또는 가족이 설립한 자선재단이나 대학·연구소 등 기부 대상이 제각각이었다. 하지만 목적은 대부분 제3세계 지원이나 학문연구 등 공동선을 추구하는 것들이다.
지난해 1위에 오른 윌리엄 배런 힐튼(79) 힐튼호텔체인 회장은 12억달러(약 1조1천억원)를 힐튼재단에 내놓았다. 제3세계 맹인치료 등을 위해 전 재산을 기부해 이 재단을 설립한 자신의 아버지를 본받았다고 한다. 힐튼은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것은 “자기 재산을 형성하는 만족감을 뺏는 건전하지 못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그의 자녀들은 전했다.
이 명단에는 가족과 프라이버시 문제 때문에 이름을 드러내길 거부한 익명 기부자들은 포함되지 않았다. 지난해 익명 기부 총액은 무려 11억달러에 이른다. 2006년 6억7200만달러, 2005년 1억9600만달러보다 크게 늘었다. 1억달러 이상 4명, 1천만달러 이상 23명, 100만달러 이상 60명이다.
이 신문은 “올해 상위 50대 기부자 가운데 2명이 버핏에 감명받아 기부를 결행했다고 밝혔다”며 “2006년 워런 버핏의 초대형 기부행위가 억만장자들의 생전 기부 흐름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또 “지난해 미국 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워졌지만, 대형 기부금은 크게 늘었다”며 “올해 경기침체 우려 속에도 이런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기대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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