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 목사 생일 앞두고 “자제” “유감” 화답
지난 8일 뉴햄프셔 예비선거 이후 흑인 문제로 가시돋친 설전을 주고 받았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과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21일 마틴 루터 킹 목사의 79살 생일을 앞두고 화해의 악수를 나눴다.
15일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엠에스엔비시>(MSNBC) 주최로 열린 민주당 후보토론회에서 힐러리는 흑인문제가 제기되자 “킹 목사의 희망이 실현됐기 때문에 우리 세 사람(힐러리, 오바마, 에드워즈)이 이 자리에 있게 됐다”고 말했다. 오바마도 “우리들의 지지자들이 너무 시기질투하면서 내가 하지도 않은 말들을 하기 시작했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두 사람의 화해 분위기는 오바마가 전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화해를 촉구하며 지지자들에게 공정한 행동을 촉구하자, 힐러리가 1시간여 뒤 성명을 통해 화답함으로써 예고됐다.
그동안 오바마 진영은 힐러리가 킹 목사의 업적을 폄하했다고 비난했고, 힐러리 진영은 자신의 발언을 곡해한다고 반박하면서 이전투구 양상으로 확전됐다. 급기야 힐러리 쪽 운동원들이 “오바마가 킹 목사는 아니다”며 오바마의 과거 약물 전력을 다시 제기하는 데까지 악화됐다. 오바마도 전날 힐러리가 다른 후보들을 깎아내리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안에선 활기찬 민주당 경선과정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이자 공화당에 탄약을 제공하는 행위라며 자제를 촉구해 왔다. 두 사람의 화해는 결코 선거운동에 유리하지 않다는 자체 판단과 이런 우려에 대한 화답으로 보인다.
첫 여성 대통령과 첫 흑인 대통령의 출현 등 미국 사회의 유리천장을 깰 수 있는 역사적 선거에서 고질적인 인종문제가 다시 제기된 것은 공세적 선거운동을 넘어선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힐러리는 이번에 제기된 인종 문제로 오바마의 당선가능성에 의문이 더해져, 상대적으로 득을 본 것으로 분석된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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