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슈퍼 화요일’을 하루 앞둔 4일, 뉴저지주 해밀턴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 존 매케인(오른쪽) 상원의원을 지지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해밀턴/AP 연합
‘오바마·힐러리’ 맞설 유일한 후보 ‘대세론’
공화당 주류 여전히 “보수성 못믿겠다” 의심
무당파 품고 ‘공화당원 이미지’ 굳히기 주력
공화당 주류 여전히 “보수성 못믿겠다” 의심
무당파 품고 ‘공화당원 이미지’ 굳히기 주력
보수적 방송인 러시 림보는 그가 대선 후보가 되면 “공화당이 파멸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의 타드 코크란 상원의원은 “그가 대통령이 된다는 생각만 해도 등골이 오싹하다”고 말했다. 이런 말을 듣는 사람은 다름 아닌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 선두 주자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다.
매케인이 미국 대선전의 분수령이 될 ‘슈퍼화요일’을 앞두고 공화당 선두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그는 <시엔엔>(CNN)이 4일 5개 기관 여론조사를 합산한 결과에서도 44% 지지율로 미트 롬니(29%)와 마이크 허커비(18%)를 큰 차이로 앞섰다. 큰 이변이 없는 한 매케인이 공화당의 실질적인 지도자가 된다는 것을 뜻한다.
힐러리와 오바마의 민주당 ‘흥행 대박’에 가려 잘 눈에 띄진 않았으나, 매케인의 회생은 이번 대선 후보 경선의 최대 이변이었다. 매케인은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인기없는 이라크 추가파병 지지로 사퇴를 고려했었다. 돈이 없어 전세버스로 유세장으로 이동하곤 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와 플로리다 예비경선 승리 뒤 상황이 반전됐다.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에 ‘오바마와 힐러리에 맞설 다른 공화당 후보는 없다’는 대세론이 퍼졌다. 1월 한 달에만 700만달러 이상이 흘러들어, 매케인은 다른 후보들처럼 전세 비행기를 타고 다니며 사실상 이번 경선의 승자로 부상했다.
문제는 그가 공화당과 종종 불화를 겪어왔고, 공화당 주류는 그를 불신한다는 것이다. ‘이단자’(maverick)라는 그의 별명처럼 이민정책과 지구온난화, 동성결혼 문제 등에서 민주당 쪽에 표를 던진 매케인의 ‘보수성’을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보수 정치평론가 앤 쿨터가 “매케인이 공화당 후보가 된다면 차라리 힐러리를 뽑겠다”고 말한 것도 이런 정서를 반영한다.
매케인은 미국 정치판에서 보기드문 ‘싸움닭’으로 성공을 거둬왔다. 그는 동료 상원의원, 심지어 같은 당 의원들에게도 정치자금과 로비, 지역구 혜택 등에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 유명해졌다. 인기가 없는 이라크전에 대해서도 “100년이 걸리더라도 전쟁에서 이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선은 다르다. <뉴욕타임스>는 매케인이 자신을 의심하는 보수파들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동시에, 무당파와 온건 민주당원들까지 품어안아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고 4일 지적했다. 신문은 “칼리 피오리나 전 휼렛팩커드 회장을 대동해 서브프라임모기지에 대한 질문을 답하게 할 정도로 경제에 무지한 점도 약점”이라고 덧붙였다.
매케인은 최근 방영한 첫 전국단위 텔레비전 광고에서 자신과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걷는 모습을 보여주며 ‘공화당원’ 이미지를 강조하기 시작했다. 그는 또 “슈퍼화요일 뒤 우리가 첫번째로 할 일은 당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라며, 롬니 대신 민주당 대선 주자들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는 등 공화당 후보로서 색채를 강화했다.
베트남전에 참전한 매케인은 1965년 하노이 상공에서 격추된 뒤 5년 넘게 이어진 고문을 견딘 자신의 경험에 빗대 ‘역경에 강한 후보’로서의 면모를 과시해 왔다. 당선될 경우 역대 대통령 중 최고령으로 취임하는 그가 변화를 갈망하는 미국인들에게 선택되려면, 그 때 못지않은 어려움을 극복해야 할 것이라고 영국 <인디펜던트>는 4일 보도했다.
서수민 기자 wikk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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