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9일 메인주 뱅고어에 있는 한 식당을 방문해 생후 11달된 아기와 장난치고 있다. 뱅고어/AP 연합
흑인 압도적 지지·조직력 힘입어 기대이상 선전
자금 등 우위 확보…힐러리 ‘3월 반격’ 가능성도
자금 등 우위 확보…힐러리 ‘3월 반격’ 가능성도
초박빙으로 전개되고 있는 2008년 미국 대선 민주당 경선에서 버락 오바마(46) 상원의원이 9일(현지시각) 슈퍼화요일 이후 첫 대결인 3개주 경선에서 기대 이상의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오바마가 최대 승부처인 ‘미니 슈퍼화요일’(3월4일) 이전의 모든 경선을 싹쓸이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오바마는 이날 워싱턴(대의원 97명)과 네브라스카(41명) 당원대회에서 각각 68%의 지지를 얻어, 31∼32%에 그친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압도했다. 루이지애나(67명) 예비선거에선 56% 대 37%로 앞섰다. 오바마의 이날 승리는 조직력과 압도적인 흑인 지지에 힘입은 바 크다. 오바마는 이날 저녁 버지니아주 리치먼드 유세에서 “서해안에서 멕시코만, 미국 중심부의 유권자들이 ‘예스 위 캔’을 외치기 위해 궐기했다”며 기염을 토했다.
‘리얼클리어폴리틱스닷컴’의 집계를 보면, 9일 현재 힐러리는 1112명, 오바마는 1096명의 대의원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고위 당직자들인 슈퍼대의원을 제외한 선출대의원에선 오바마가 959명을 확보해 힐러리(911명)를 제쳤다. 선출대의원 확보에서 앞선 것은 선거심리적으로나 상징적으로 의미가 크다. 민주당 정치컨설턴트인 테드 디바인은 “선출대의원이 경선 결과를 확정짓지는 못하지만, 슈퍼대의원을 확보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오바마의 완승은 현재 우위를 보이는 선거자금 모금에도 탄력을 줄 것으로 보여, 자금 압박에 시달리는 힐러리 진영을 더욱 초조하게 만들 전망이다.
오바마의 승세는 뚜렷해 보이지만, 그가 조기에 승부를 결정지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힐러리의 ‘3월 반격’으로 전세가 뒤바뀔 가능성은 남아 있다.
사실상 공화당 후보가 확정된 상황에서 민주당의 경선이 장기화할 경우 당 내분을 증폭시키거나 최종 선택된 후보의 본선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선거자금을 소진하고 격렬한 비방전으로 상처투성이가 되면 백전노장인 매케인을 상대하기가 더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한편 공화당 예비선거에서는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가 캔자스 당원대회(코커스)와 루이지애나 예비선거(프라이머리)에서 승리했다. 후보 자리를 예약한 매케인에게 이날 패배는 공화당의 전통 지지층을 끌어안는 게 결코 쉽지 않다는 점을 다시 보여주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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