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랜토스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 통과 주도
톰 랜토스(1928~2008) 하원 외교위원장(민주·캘리포니아·사진)이 11일(현지시각) 지병인 식도암으로 별세했다. 80살. 그는 지난해 미 하원의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 통과에 앞장서고, 북한 문제에도 큰 관심을 보여온 대표적 지한파 정치인이다.
미 연방의회의 유일한 홀로코스트(대학살) 생존자인 고인은 ‘인권 코커스’를 창설해, 20여년간 공동의장으로 활동하는 등 인권 문제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왔다. 이런 관심은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태어나 1944년 나치노동수용소로 끌려갔다 탈출해 지하 저항운동을 벌이고, 2차 대전 뒤엔 동유럽를 장악한 소련군에 맞서 반공투쟁을 펼쳤던 그의 이력에서 비롯했다.
랜토스 위원장은 북한 인권문제를 적극 거론하면서도 북핵문제는 협상과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일관된 견해를 견지해왔다. 그는 2005년 1월과 8월 두차례 방북한 데 이어 지난해 외교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재방북을 추진해왔다. 그는 리비아와 미국의 대량살상무기 포기와 국교정상화를 중개했던 경험을 되살려 지난해 말 식도암 발병 사실이 밝혀지기 전까지만 해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직접 만나 핵포기를 설득하겠다는 열망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난해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 사태 때 미국의 도움을 호소하러 온 한국 국회의원단에 “사태 해결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겠지만, 나는 내 손자가 잡혔어도 탈레반과는 협상하지 않겠다”고 말할 정도로 원칙을 존중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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