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세를 타고 있는 민주당 후보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11일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서 유세하고 있다. 볼티모어/AP 연합
민주 버지니아 예선 현장
고학력층 지지 상승세…“힐러리보다 본선경쟁력 있다”
“인종통합 리더십” 복잡한 지지 심리 영하의 맹추위가 몰아친 11일 미국 수도 워싱턴 근교 매나사스역 앞. 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의 하나인 버지니아 예비선거를 하루 앞둔 이날 오후 퇴역 육군대령 맬컴 키르섭(60)은 매서운 바람에도 아랑곳않고 부인 다그마와 함께 종종걸음을 걷는 퇴근길 승객들에게 버락 오바마 후보의 홍보 전단을 나눠주느라 분주했다. 맬컴은 “오바마가 흑인이긴 하지만 백인 어머니에게서 태어나 백인 가정에서 자란 ‘하이브리드 흑인’이라는 점이 흑인에 대한 거부감을 줄여주는 요인”이라며 오바마 지지 이유를 비교적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동두천 2사단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고, 한국인 입양아를 키우는 그는 “미국 내 인종갈등 문제가 해결됐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오바마는 이 문제에 대한 변화와 희망을 가져올 후보이며, 국제사회에서 실추된 미국의 이미지를 획기적으로 고양시킬 수 있는 유일한 후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북버지니아의 오바마 선거본부 사무실에선 자원봉사자 20여명이 막바지 전화 선거운동에 한창이었다. 자원봉사자들은 핸드폰으로 유권자들에게 예비선거 참여와 지지를 호소했다. 힐러리 클린턴 의원의 두터운 지지층으로 알려진 백인 중년여성들이 절반 정도였고, 백인 남성들도 5명이나 됐다. 흑인 대통령 후보에 별다른 거부감이 없다는 백인 남성들은 △오바마의 솔직함과 진실성 △미래에 대한 희망을 일깨우는 오바마의 매력 △워싱턴 기성 정치권의 특수이익에 대한 반감 △3기 클린턴 정부에 대한 불안감 △반부시 정서와 공화당 계속 집권에 대한 반대 등을 ‘오바마 대통령 만들기’에 투신한 이유로 들었다. 프리랜서로 영화편집 일을 한다는 브라이언 헤식은 2004년 전당대회 때부터 오바마를 주목했다고 말했다. 백인 남성들의 오바마 지지는 민주당의 유일한 백인 남성 후보였던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이 사퇴한 이후 한층 뚜렷해지고 있다. 힐러리를 지지하는 ‘맥주파’ ‘던킨도너츠’ 민주당원과 달리 오바마에 쏠린 고학력·고소득 백인 남성들은 ‘스타벅스’ ‘와인파’ 민주당원으로 불린다. 이들은 오바마의 확실한 승리에 기여하거나, 오바마가 다른 유권자 그룹에서 잃은 표를 만회하는 데 큰 힘을 실어줘 최근 오바마 상승세의 바탕이 됐다. 조지메이슨대의 마크 로젤 교수(공공정책학)는 고학력·고소득 민주당 지지층이 가장 주목하는 점은 11월 본선 경쟁력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힐러리가 유권자들을 양극단으로 분열시키고 공화당원들의 결집을 부추길 후보, 기성 정치권의 일부로 인식된다고 말했다. 반면, 오바마는 워싱턴 정가에 변화를 가져오고 새로운 통합적 리더십에 대한 희망을 준다는 점에서 끌린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진보 성향 잡지 <머더존스>를 공동창간한 리처드 파커 하버드대 교수(공공정책학)는 이날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미국 정치는 변화의 순간을 맞고 있다”며 “(민주당의) 백인 남성 그룹은 자신들의 정체성에 맞는 후보가 현재 없기 때문에 정체성에 따라 투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오바마의 이상주의에 대한 그들의 지지는 힐러리에 대한 반감과 빌 클린턴의 개입에 대한 불안감 등 복합적인 감정이 뒤섞여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 버지니아/글·사진 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인종통합 리더십” 복잡한 지지 심리 영하의 맹추위가 몰아친 11일 미국 수도 워싱턴 근교 매나사스역 앞. 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의 하나인 버지니아 예비선거를 하루 앞둔 이날 오후 퇴역 육군대령 맬컴 키르섭(60)은 매서운 바람에도 아랑곳않고 부인 다그마와 함께 종종걸음을 걷는 퇴근길 승객들에게 버락 오바마 후보의 홍보 전단을 나눠주느라 분주했다. 맬컴은 “오바마가 흑인이긴 하지만 백인 어머니에게서 태어나 백인 가정에서 자란 ‘하이브리드 흑인’이라는 점이 흑인에 대한 거부감을 줄여주는 요인”이라며 오바마 지지 이유를 비교적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동두천 2사단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고, 한국인 입양아를 키우는 그는 “미국 내 인종갈등 문제가 해결됐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오바마는 이 문제에 대한 변화와 희망을 가져올 후보이며, 국제사회에서 실추된 미국의 이미지를 획기적으로 고양시킬 수 있는 유일한 후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북버지니아의 오바마 선거본부 사무실에선 자원봉사자 20여명이 막바지 전화 선거운동에 한창이었다. 자원봉사자들은 핸드폰으로 유권자들에게 예비선거 참여와 지지를 호소했다. 힐러리 클린턴 의원의 두터운 지지층으로 알려진 백인 중년여성들이 절반 정도였고, 백인 남성들도 5명이나 됐다. 흑인 대통령 후보에 별다른 거부감이 없다는 백인 남성들은 △오바마의 솔직함과 진실성 △미래에 대한 희망을 일깨우는 오바마의 매력 △워싱턴 기성 정치권의 특수이익에 대한 반감 △3기 클린턴 정부에 대한 불안감 △반부시 정서와 공화당 계속 집권에 대한 반대 등을 ‘오바마 대통령 만들기’에 투신한 이유로 들었다. 프리랜서로 영화편집 일을 한다는 브라이언 헤식은 2004년 전당대회 때부터 오바마를 주목했다고 말했다. 백인 남성들의 오바마 지지는 민주당의 유일한 백인 남성 후보였던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이 사퇴한 이후 한층 뚜렷해지고 있다. 힐러리를 지지하는 ‘맥주파’ ‘던킨도너츠’ 민주당원과 달리 오바마에 쏠린 고학력·고소득 백인 남성들은 ‘스타벅스’ ‘와인파’ 민주당원으로 불린다. 이들은 오바마의 확실한 승리에 기여하거나, 오바마가 다른 유권자 그룹에서 잃은 표를 만회하는 데 큰 힘을 실어줘 최근 오바마 상승세의 바탕이 됐다. 조지메이슨대의 마크 로젤 교수(공공정책학)는 고학력·고소득 민주당 지지층이 가장 주목하는 점은 11월 본선 경쟁력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힐러리가 유권자들을 양극단으로 분열시키고 공화당원들의 결집을 부추길 후보, 기성 정치권의 일부로 인식된다고 말했다. 반면, 오바마는 워싱턴 정가에 변화를 가져오고 새로운 통합적 리더십에 대한 희망을 준다는 점에서 끌린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진보 성향 잡지 <머더존스>를 공동창간한 리처드 파커 하버드대 교수(공공정책학)는 이날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미국 정치는 변화의 순간을 맞고 있다”며 “(민주당의) 백인 남성 그룹은 자신들의 정체성에 맞는 후보가 현재 없기 때문에 정체성에 따라 투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오바마의 이상주의에 대한 그들의 지지는 힐러리에 대한 반감과 빌 클린턴의 개입에 대한 불안감 등 복합적인 감정이 뒤섞여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 버지니아/글·사진 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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