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매케인 추문’ 기사화 과정
매케인쪽, 스캔들 전문 변호사 고용해 취재 중단 압박
매케인쪽, 스캔들 전문 변호사 고용해 취재 중단 압박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선출이 확정적인 존 매케인(71) 상원의원이 미모의 여성 로비스트와 부적절한 관계를 가졌다는 보도가 대선의 폭발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고위 공직자에 대한 언론 검증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뉴리퍼블릭>에 따르면, 이를 보도한 <뉴욕타임스>의 취재는 지난해 11월 정치미디어 담당인 짐 루텐버그 기자가 입수한 정보를 근거로 워싱턴 지국장인 딘 바켓이 탐사전문기자 3명을 배치한 특별팀을 구성하면서 시작됐다. 취재 초기부터 매케인 진영은 르윈스키 스캔들 당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변호를 맡은 스캔들 전문 변호사인 보브 베네트를 고용해 대응했다. 매케인 진영은 취재 중단을 계속 압박했고, 매케인은 직접 빌 켈러 편집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모든 사실을 부인했다. 지난 12월18일 베네트는 취재팀을 만나, 지난 2000년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에서 조지 부시 후보 진영의 엉터리 소문으로 매케인이 당했던 전례를 들며 공정보도를 해줄 것을 경고했다. 이는 이틀 뒤 폭로 전문 사이트인 <드러지리포트>가 ‘매케인이 <뉴욕타임스>에 보도하지 말라달라고 간청했다’라는 제목의 기사로 나갔다.
12월 말 초고가 완성된 이후에도 뉴욕 본사와 워싱턴 지국 간의 줄다리기 끝에 후보들의 경력을 점검하는 기획시리즈에 편입시킨다는 결정만이 내려졌다. 1월 중순 매케인의 선거운동 취재기자가 탐사보도로 인한 취재의 어려움을 들어 사직서를 제출했다. 2월10일엔 탐사취재팀의 매릴린 톰슨 기자가 보도 지연에 불만을 품고 원래 근무했던 <워싱턴포스트>로 복귀해버렸다. 켈러 국장은 20일 저녁 인터넷판과 21일 신문 본판에 보도가 나간 뒤 “19일 오후 최종기사가 내 책상에 도달했고, 최종 편집과 법률가 자문을 거쳐 보도하게 됐다”고 경위를 설명했다.
<뉴욕타임스>의 전격적인 보도는 <뉴리퍼블릭>이 취재과정을 둘러싼 신문사 내 갈등을 21일 보도하기로 하면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 <뉴스위크> <폴리티코> 등도 <드러지리포트> 보도 이후 이 사안을 추적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포스트>의 렌 다우니 국장은 “우리도 기사를 준비해 왔고, <뉴욕타임스>의 보도 이후 취재원이 보다 많은 정보를 확인해 주면서 우리 신문도 완성된 기사를 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매케인 진영은 “진보적인 <뉴욕타임스>가 기사를 쌓아두고 있다가 매케인이 공화당 후보로 거의 확정된 시점을 택해 타격을 주려 했다”며 전면전을 부르짖고 있다.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스버그의 포인터언론연구소의 켈리 맥프라이드 언론윤리국장은 “<뉴욕타임스>의 보도가 일부 비약된 부분이 있지만, 상궤를 벗어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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