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경선후보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23일 워싱턴에서 열린 공화당 소속 주지사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
워싱턴포스트 “문제의 편지 보내기전 아이스먼 만났다” 보도
NYT도 “이익단체와 끈끈한 관계” 반격…보수표 ‘매케인 결집’
NYT도 “이익단체와 끈끈한 관계” 반격…보수표 ‘매케인 결집’
미국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후보인 존 매케인(71) 상원의원이 <뉴욕타임스>의 로비 의혹 폭로에 대해 “좌파의 중상모략”이라며 역공에 나섰으나, 그의 해명들이 잇따라 거짓으로 드러나 공방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23일 매케인과 문제의 여성 로비스트 비키 아이스먼(40)의 관계에 대한 매케인 쪽의 주장이 거짓이라고 보도했다. 아이스먼에게 로비를 의뢰한 팍슨커뮤니케이션의 로웰 팍슨 전 회장은 이 신문 회견에서, 매케인이 연방통신위에 편지를 쓰기 몇주 전에 매케인의 워싱턴 사무실에서 아이스먼과 함께 만나 편지 발송을 직접 요청했다고 밝혔다. <뉴스위크>는 매케인이 2002년 팍슨의 피츠버그방송국 매입과 관련한 의회 청문회에서 “팍슨과 만나 연방통신위의 허가 결정 지연으로 인한 어려움을 전해들었다”고 말한 기록을 찾아내 22일 보도했다. 이런 보도는 매케인 진영이 <뉴욕타임스> 보도 직후인 21일 내놓은 “편지를 보내기 전에 그들을 만난 적도 없고, 편지에 대한 요청을 받은 적도 없다”는 해명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당시 연방통신위 윌리엄 케너드 위원장으로부터 답신을 받지 못한 매케인은 연방통신위원들 전체에게 두번째 편지를 보냈다가 “연방통신위의 정책을 위반한 행위”라는 케너드 위원장의 경고 편지를 받았다. 매케인이 두번째 편지를 보낸 시점은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요트에서 아이스먼이 소속된 로비회사 주최로 선거자금 모금행사를 연 다음날이라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매케인이 팍슨 등 관련 업체들로부터 선거자금 2만8천달러를 기부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미 유력지들과 매케인이 벌이는 진실게임의 결말은 아이스먼의 로비력을 통해서도 가늠해볼 수 있다. 1990년 펜실베니아의 인디애나대학을 졸업한 뒤 로비회사인 ‘알칼드앤페이’의 사무원으로 출발한 아이스먼은 1년 만에 사장 특별보좌역으로 승진했다. 이어 로비스트를 거쳐 90년대 후반엔 회사의 동업자로 초고속 승진을 거듭할 정도로 놀라운 수완을 발휘했다. 전국적 방송망을 구축하기 위해 방송국 매입을 추진했던 팍슨은 1998년 이후 알칼드앤페이에 로비 비용으로 1백만달러 이상을 지급했다.
매케인의 염문과 로비 의혹을 먼저 보도한 <뉴욕타임스>는 공화당 쪽으로부터 불충분한 증거로 성추문을 부추겼다는 비난이 쏟아지자 24일 이례적 해명을 내보냈다. 이 신문 독자담당 편집자는 “미국의 대통령이 될 수도 있는 매케인에 대해 유권자들이 더 잘 알 수 있게 하려는 목적”이라고 밝혔다. 신문은 “1991년 로비 관련으로 상원 윤리위의 견책을 받은 메케인이 특수이익과 금권정치에 맞서는 십자군처럼 행동하면서 로비스트들과 복잡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고 지적했다.
한편, <뉴욕타임스>의 보도 전에는 매케인을 ‘이단자’ ‘배신자’ 등으로 공격했던 보수주의자들은 일제히 그의 편을 들고 나섰다. <뉴욕타임스>의 보도가 일시적으로 공화당 지지표를 결집하는 효과를 내는 것이다. 백악관 대변인도 매케인 지지 견해를 밝혔고, 매케인 진영과 공화당 전국위는 “진보진영과 <뉴욕타임스>에 맞서 싸우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내걸고 모금운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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