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인 외모에 ‘중국인’ 별명
중국요리 선호…혁명가 애창도
중국식 개혁 도입여부는 미지수
중국요리 선호…혁명가 애창도
중국식 개혁 도입여부는 미지수
쿠바의 새로운 지도자 라울 카스트로(77) 국가평의회 의장이 어릴 적부터 ‘중국인’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등 중국과 각별한 인연을 맺고 있다고 <법제만보> 등이 25일 보도했다.
쿠바 주재 중국대사를 지낸 쉬이총 베이징시 외사고문은 라울의 용모가 아시아인을 닮아 “가족들이 그에게 중국인이라는 별명을 붙였다”고 밝혔다. 라울은 중국 요리를 좋아하고, 한 자리에서 중국을 대표하는 마오타이주 한 병을 거뜬히 비울 정도라고 쉬 고문은 회고했다. 73살 생일 때 중국대사관이 베푼 만찬에 참석한 라울은 잔치가 파할 무렵 중국의 혁명가곡 <둥팡훙>을 열창해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고 한다. 라울은 혁명가 시절 마오쩌둥의 저작과 유격대 전술을 탐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라울은 1995년 형 피델과 함께 중국을 방문했을 때 중국의 개혁개방에 큰 관심을 보였다. 쉬 고문은 “그가 쿠바로 돌아와 중국을 본보기로 삼을 것을 건의하고, 점진적인 경제자유화를 추진했다”며 “정부 안에 ‘중국부’라는 연구기관을 설립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라울에게 중국식 개혁개방을 기대하는 것은 섣부르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의장 선출 직후 라울이 한 연설에 대한 분석을 통해, 쿠바의 경제개혁이 기본적 사회주의모델의 틀을 지키는 범위에서 조심스럽고 점진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라울은 연설에서 △농업생산성 증대 △국영기업의 경영 정상화 △화폐 개혁 △식품 배급제의 개선 등의 필요성을 장시간 언급했지만 “그 어떤 변화도 다양한 다른 경제 변수들을 고려했을 때만 이뤄질 것”이라며 유보적 자세를 보였다.
특히 <비비시>는 라울이 연설에서 국외 투자에 대한 직접적 언급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며, 중국과 같은 자본주의적 개방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라울이 소규모 농장이나 협동조합을 장려하는 방식의 제한된 개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편이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이정애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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