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히스패닉계 업고 극적 뒤집기
언론들 “대형주 승리 상징성 적지않다”
언론들 “대형주 승리 상징성 적지않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미국인들은 5일(현지시각) 새벽까지 이어진 텍사스주 예비선거(프라이머리) 개표 때문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텍사스 대혈투’ 결과가 민주당 경선 판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예비선거 개표 초반,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은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10%포인트 차이까지 따돌려, 여론조사에서 예고된 대로 승세를 굳히는 듯 보였다. 그러나 패색이 드리워진 힐러리는 갈수록 표차를 줄여가더니 세 시간쯤 지나 뒤집기 시작됐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승부는 마침내 힐러리의 웃음으로 결론났다. 힐러리의 승리는 바로 전날까지 오바마가 여론조사에서 3~4%포인트의 우위를 보였기에 더욱 드라마틱했다.
미국 언론들은 힐러리가 비록 네 개 주 가운데 세 곳을 석권하고도 전체 대의원 수에서 오바마를 따라잡지 못했지만, 오하이오와 함께 큰 주인 텍사스의 예비선거에서 이겼다는 점은 상징성이 적지 않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는 “힐러리가 여전히 큰 주에서는 강하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힐러리의 역전극 뒤에는 역시 전통적 지지기반인 히스패닉계가 있었다. 텍사스 히스패닉계 유권자의 64%가 힐러리를 지지했다. 노년층과 백인 여성도 그의 편이었다. 또 출구조사에서 많은 응답자들이 최근 선거운동이 표심에 영향을 끼쳤다고 답해, 화려하고 열정적인 ‘오바마식’ 연설 등 힐러리의 최근 운동방식이 주효했음이 입증됐다.
오바마한테는 텍사스 예비선거 패배가 그만큼 뼈아프다. 힐러리의 경선 포기를 압박할 마지막 카운터 펀치를 날리지 못한 것이다. 그는 3일 텍사스를 돌며 “우리는 (힐러리가) 극복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대의원을 확보해 가지만, 힐러리는 경선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호기까지 보였다. 지난 2주간 텍사스와 오하이오에 집중한 양쪽 진영은 과열 양상까지 보였다. 힐러리 진영이 제기한 오바마 쪽의 불법경선 의혹 문제를 논의하던 양쪽 참모들은 얼굴을 붉히며 말싸움까지 벌였다.
한편, 이날 텍사스 예비선거에서는 공화당보다 민주당 쪽에 훨씬 많은 유권자가 몰려, 이곳이 조지 부시 대통령이 주지사를 지낸 그의 고향이라는 사실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부시 대통령에 대한 염증이 민주당 경선을 흥행으로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