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에서 철수했거나 예정인 미군기지
파나마 철수 이어 에콰도르도 반환운동 거세
‘앞마당 잃을라’ 콜롬비아 군비지원…긴장 불러
‘앞마당 잃을라’ 콜롬비아 군비지원…긴장 불러
중남미에서 미군기지 철수가 잇따라 미국의 ‘앞마당’인 이 지역에서도 미군들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또 미군이 기지 운용을 특정 국가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돼 역내 안보불안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최대 현안은 에콰도르 미 공군기지의 운명이다. 2000년 1월1일 미군이 파나마 기지를 반환하면서 대안으로 마련한 에콰도르 서부 해안도시 만타의 미군기지는 2009년이면 10년 임대계약이 만료된다. 애초 미국은 마약밀수 단속을 위해 기지를 빌렸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콜롬비아 반군인 무장혁명군 토벌과 마약 경작지 초토화 등 ‘콜롬비아 플랜’을 지원하는 거점으로 이용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터에 미국의 전폭적 지원을 받는 콜롬비아 정부군이 최근 무장혁명군 소탕을 명분으로 에콰도르 국경을 침범한 사건이 발생해, 에콰도르의 반미 여론은 어느 때보다 뜨겁다. 에콰도르 시민단체들은 만타에서 미군기지 철수를 위한 국제회의를 여는 등 반환 운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2007년 1월 취임한 라파엘 코레아 대통령도 계약기간이 끝나는 2009년에 기지를 폐쇄하겠다고 여러차례 공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220명의 병력과 공중조기경보기 등이 배치돼 있는 에콰도르 미군기지는 예정대로 폐쇄될 가능성이 높다.
역시 파나마 미군기지의 폐쇄로 푸에르토리코의 비에케스섬에 설치됐던 미 해군 폭격장은 4년여에 걸친 주민들의 풀뿌리 저항으로 2003년 문을 닫았다. 앞서 파나마에 주둔하던 미 육군·공군기지는 1977년 맺어진 미국과 파나마의 파나마운하조약에 따라 2000년 1월1일 파나마 정부로 넘어갔다.
중남미 국가들이 미군기지를 외면하자, 친미 성향의 콜롬비아에 대한 미국의 의존도가 급증하고 있다고 미국의 민간 싱크탱크 ‘포린폴리시인포커스’는 분석했다. 현재 콜롬비아 미군기지에는 미군과 하청업자 1400여명, 레이더기지 5곳 등이 설치돼 있다. 미국의 지원으로 진행되고 있는 콜롬비아의 군사화는 중남미의 군비경쟁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콜롬비아는 에콰도르(5만3천명), 베네수엘라(4만6천명)보다 훨씬 많은 40여만명의 병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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