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패터슨(오른쪽) 신임 뉴욕 주지사가 12일 자택 앞에서 뉴욕 감사관 토마스 디나폴리의 인사를 받고 있다. 뉴욕/AP 연합
데이비드 패터슨 새 뉴욕주지사
빈민가 할렘 출신에 진보 성향
변호사 일하다 31살 정계 입문
빈민가 할렘 출신에 진보 성향
변호사 일하다 31살 정계 입문
무명의 흑인정치인 데이비드 패터슨(53·사진) 신임 뉴욕 주지사가 일약 전국적 정치스타로 떠올랐다. 대통령 기대주로도 꼽혔던 전임 엘리엇 스피처 지사가 성매매라는 요란스런 추문으로 낙마하는 바람에, 뒤를 잇게 된 그에게 국민적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뉴욕 빈민가 할렘 출신으로 두 눈이 거의 보이지 않는 그는 미국의 첫 시각장애인 주지사가 됐다. 또 남북전쟁 이후 미국의 세번째 흑인 주지사다. 미국 언론들은 그동안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그의 인간 승리와 반대당 의원들도 칭송하는 화합적 정치성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패터슨은 이번에 예기치 않은 ‘보상’을 받은 셈이 됐다. 2006년 중간선거에서 그는 뉴욕주 의회 상원 다수당 대표 자리를 버렸다. 대신 허울만 그럴듯한 부지사 러닝메이트 제안을 받아들여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패터슨은 할렘의 진보적 정치인인 아버지 밑에서 정치적 세례를 받고 자란, 많지 않은 흑인 정치가문 출신이다. 아버지 바실 패터슨은 뉴욕부시장, 뉴욕주 국무장관과 민주당전국위 부의장을 지냈다. 패터슨은 어릴 때 시신경 위축증을 앓아 겨우 사물의 형체만 알아볼 수 있을 뿐이다. 그는 시각장애를 극복하고 컬럼비아대와 호프스트라법대 대학원을 마친 뒤 변호사 일을 하다, 31살이던 1985년 아버지의 선거구에서 정치에 입문했다.
패터슨은 남의 말을 잘 들어주며, 무엇보다 합의를 중시하는 정치인의 길을 걸어왔다는 평을 받는다. 지인들은 “사람들은 그의 지갑을 빼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되돌아서면 자신의 지갑이 없어진 줄 알게 된다”고 말한다. 그는 주의회 원내대표가 됐을 때 “사람들이 내가 못하리라고 생각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평생 소망”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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