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별 지지율 조사 결과
오바마쪽 목사들, 설교로 흑백갈등 ‘부채질’
성별로도 지지층 양분화…본선 악영향 우려
성별로도 지지층 양분화…본선 악영향 우려
좀처럼 승부가 나지 않아 후보 간 비방전이 치열해지는 미국 민주당 경선이 미국 사회의 고질병인 인종 문제에 단단히 발목잡혔다.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12일 수도 워싱턴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 흑인들에게 여러차례 고개를 숙였다.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제럴린 페라로(72) 전 민주당 부통령 후보의 인종 발언 때문이었다. 페라로와의 관계도 끊겠다고 밝혔다.
웬만해선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 힐러리의 사과가 나온 지 하루 만인 13일, 이번에는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을 지지하는 흑인 목사들의 인종적 발언들이 터져나왔다. <에이비시>(ABC) 방송은 이날 시카고 남부 트리니티기독연합교회의 제레미야 라이트 목사가 미국이 백인 위주라며 욕설을 퍼붓는 설교 장면 비디오를 방영했다. 라이트 목사는 지난 1월 이 설교에서 오바마를 로마의 학정에 맞선 예수에 비유하며 “오바마는 이 나라에 사는 의미와 부자 백인들이 통제하는 문화를 알고 있지만, 힐러리는 알지도 못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빌 클린턴은 우리(흑인)에게 잘해줬지만, 모니카 르윈스키에게 했던 것처럼 우리를 대했다”고 비난했다.
지난달 정년 퇴임한 라이트 목사는 20여년 동안 이 교회에 다닌 오바마의 결혼식 주례를 섰고, 오바마의 자서전 <대담한 희망>의 제목도 그의 설교에서 영감을 받았을 만큼 그의 정신적 스승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논란을 일으키는 발언을 자주 한 라이트 목사에 대해 “의견을 달리하는 집안의 아저씨”에 비교한 적이 있는 오바마는 이번 발언에 대한 논평을 피했다. 그러나 오바마 진영은 <에이비시>에 보낸 성명을 통해 “오바마는 목사의 발언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그런 개인적 공격이 자신의 선거운동에서 설 자리가 없다는 점은 여러번 다짐해 왔다”고 밝혔다.
또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오순절파 교회의 유명 목사인 보스턴의 유진 리버스 목사와 로스앤젤레스 소재 ‘신의 교회’의 찰스 베이커 주교는 힐러리가 대선 후보가 되면 흑인들은 낙담해 11월 대선에 표를 던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리버스 목사는 “민주당 경선은 가상적인 인종 전쟁”이라며 “민주당과 힐러리가 존 매케인에게 선거를 넘겨줄 위험한 짓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은 힐러리 지지를 선언한 미주리주 흑인 하원의원의 말을 따, 흑인 슈퍼대의원들에 대해 흑인들의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흑인 목사들의 이런 인종적 발언은 남은 경선에서 오바마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인종 문제가 계속 불거져 나오는 데는 두 후보의 정책에서 큰 차이가 없어 인종과 성의 대결에 기초한 지지기반 쟁탈전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자칫 오바마가 승리해 11월 본선에서 훨씬 강도높은 흑백대결이 벌어지면, 걷잡을 수 없는 인종갈등의 소용돌이도 우려된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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