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 시스템 망가지는 신호”
WP “저소득층 더 심각”
1918년 스페인 독감이 미국을 덮쳤을 때였다. 어린이를 중심으로 사망률이 급속히 치솟았다. 당시 미국인들의 기대수명은 무려 7년이나 낮아졌다. 전염병이 물러간 뒤, 기대수명은 다시 빠르게 회복됐다.
최근 미국 일부 지역에선 이런 돌발사태가 없는데도 기대수명이 줄어드는 일이 발생했다. 가속화하는 고령화를 비웃는 이런 현상의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워싱턴포스트>는 22일 의학 등의 정보를 무료로 제공하는 ‘과학 공공도서관’(PLoS)의 보고서를 인용해 “애팔래치아와 미시시피강, 남부 내륙 등에서 1918년 스페인 독감 이후 처음으로 여성의 기대수명이 줄었다”고 보도했다. 보고서를 보면, 1983~99년 미국 전체 여성 가운데 12%의 기대수명이 1~5년 줄었으며, 이런 현상은 교육·소득 수준이 낮은 지역의 여성들에게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로는 비만과 흡연, 고혈압이 꼽혔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크리스토퍼 머레이 워싱턴대 교수(의학)는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앞으로 몇살까지 살 수 있는지를 예측케 하는 기대수명의 하락은 건강·사회복지시스템이 망가졌다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비만 확산의 정점이 보여주는 현상”이라며 “이런 현상이 계속된다면, 1800년대 중반 이후 깨지지 않았던 전체 미국인의 기대수명 상승 추세가 몇년 안에 반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에선 여성의 33%가 고혈압과 당뇨를 유발하는 비만을 앓고 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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