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의 민주당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승리할 가능성이 점점 멀어지면서 정치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 문제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9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힐러리의 경선 패배가 예상되면서 "미국인의 삶에서 가장 높고 강고한 유리 천장을 부수기 위해 도전에 나섰다"는 힐러리의 도전이 여성들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가 논란이 되고 있다.
힐러리가 승리할 경우 이는 역사적인 일이 됐겠지만 그의 패배는 왜 여성들이 고위직에 도전하는 일이 드문지를 다시 일깨우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많은 여성들은 힐러리가 성차별 문제로 기회를 빼앗겼다고 생각하고 있다.
오하이오에서 부동산 중개인으로 일하는 힐러리 지지자인 매릴루 소코(48)씨는 "여성들은 이번에는 때가 왔다고 생각했지만 이를 도둑 맞았다"면서 "성차별이 경선에서 실제로 엄청나게 큰 역할을 했다"고 성차별 문제를 지적했다.
사람들은 최초의 흑인 대통령에 도전하는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과 최초의 여성 대통령에 도전하는 힐러리의 경선에서 싸움이 불공정하게 진행됐다는 생각을 갈수록 많이 하고 있다.
힐러리의 지지자들은 힐러리의 의상 문제나 거친 목소리에 대한 잇따른 비판이나 그의 사퇴를 요구하는 주장은 물론 무엇보다도 언론매체에서 남성 해설가들이 오바마에 비해 힐러리에 지속적으로 비판적이었다는 점 등을 지적하고 있다.
반면 힐러리 덕분에 정치세계가 달라져 그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크게 차별받지 않았다는 주장들도 나오고 있다.
오바마를 지지한 애리조나주의 여성 주지사인 재닛 나폴리타노는 "부분적으로는 힐러리 덕분에 세계가 이제 달라졌고 정치권이 크게 달라졌다"면서 "힐러리가 여성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말을 누구로부터도 듣지 못했다"고 말해 미국 정치권이 과거와 크게 달라졌음을 지적했다.
힐러리 진영의 많은 여성들은 남녀 문제에 관한 논의를 보다 심도있게 부각시키지 못한 점을 후회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힐러리 역시도 올해 초 NYT가 경선에서 성 문제의 역할에 대해 인터뷰를 하자고 했을 때 이를 사절했다. 그의 측근들은 힐러리가 이 문제를 솔직하게 다루기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힐러리의 도전은 여성이 남성과 다르지 않다는 점을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받고도 있다.
어스밴스드 스터디 연구소의 역사학자인 조앤 스콧은 "힐러리가 한 가장 큰 기여는 여성 후보가 남성 후보와 같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면서 "후보를 성에 따라 판단하지 말고 인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준 특파원 june@yna.co.kr (뉴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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