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자들 열렬한 박수 받으며 공식 패배 선언
오바마 “경의 표한다”…향후 구체 언급은 없어
오바마 “경의 표한다”…향후 구체 언급은 없어
“지금 이 순간 50번째 여성이 우리 머리 위 지구궤도를 돌고 있다. 우리는 언젠가 백악관에 여성을 보내게 될 것이다.”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7일 미국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을 꿈꾸며 숨가쁘게 전개해온 대장정의 중단을 선언했다. 힐러리는 “이 자리는 애초 계획했던 것은 아니었다”고 말문을 열어 여전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대통령후보 경선 역사상 가장 많은 1800만표를 얻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여성 대통령의 꿈은 접어야 했지만 “성의 장벽은 넘어섰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에 가장 높은 곳의 유리천장을 깨지는 못했지만, 거기에 1800만개의 금이 갔다. 과거 어느 때보다 (유리천장을 통해) 빛이 강렬하게 들어올 것이며, 다음번엔 더 쉬울 것이라는 희망과 확실한 인식을 우리 모두에게 갖게 했다”며 자신의 분투가 갖는 역사적 의미를 되새겼다. 워싱턴디시의 국립빌딩박물관에 모인 힐러리 지지자들은 퇴장하는 힐러리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어린 자식들과 함께 한 여성들이 대부분이었고, 눈물을 보이는 이들도 있었다.
한때 마지막 예비선거는 물론 8월 전당대회까지 불퇴전의 의지를 보였던 힐러리에게 이날 집회는 자신과 지지자들에게 그동안 불편했던 마음의 상처를 털고 대통령후보가 된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에 대한 전폭적 지지를 밝히는 일종의 치유의식이었다. 행사장인 국립빌딩박물관은 1880년대 미 의회가 남북전쟁에서 장애인이 된 병사들을 치료하는 장소로 짓도록 한 건물이다.
힐러리는 화려한 수사와 감동적 표현을 동원해 오바마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우리가 목표 달성을 위한 싸움을 계속하는 길은 우리의 에너지와 열정과 힘을 쏟아 오바마가 차기 대통령에 당선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나를 지지해준 것처럼 오바마도 열렬히 지지해줄 것을 요청한다”며 자신으로 인한 민주당의 분열 가능성을 줄이려 애썼다. 그러나 이날 행사장에서 나타난 지지자들의 힐러리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은 본선에 나서는 오바마에게 여전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힐러리가 오바마 전폭 지지를 결심하는 데는, 그의 정치 입문을 이끌었던 뉴욕 의원단 대표 찰스 랑겔 하원의원의 “이제는 떠날 때”라는 충고가 결정적이었다고 정치전문 <폴리티코>가 보도했다. 힐러리는 이날 최대 관심사인 러닝메이트 문제 등 이후 거취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바마 지지의 첫번째 이유로 전국민건강보험 달성을 거론해, 이것이 첫번째 조건임을 분명히 했다.
오바마는 힐러리 연설 직후 성명을 통해 “힐러리는 내 딸과 꿈의 한계가 없다는 것을 아는 모든 여성들을 대신해 장벽을 부쉈다”며 “용기있고, 역사적인 선거운동을 벌여온 데 대해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그는 “힐러리가 대선은 물론 앞으로 몇년 동안 (변화를 위한) 전투에서 당의 최전선에 계속 있을 것”이라고 밝혔으나, 힐러리의 역할에 대해선 입을 다물었다. <시엔엔>(CNN) 방송이 오피니언리서치와 공동으로 4~5일 921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선, 민주당원의 54%가 부통령후보로 힐러리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포스트>는 힐러리의 이날 연설에 대해 “좀더 일찍 이런 주제를 끌어안았더라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마지막 연설이 힐러리의 최고의 연설이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평가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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