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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특파원리포트] ‘개인화기 불법거래’ 눈감는 미국

등록 2008-07-20 21:25수정 2008-07-29 09:14

류재훈 특파원
류재훈 특파원
특파원리포트
영화 <로드 오브 워>(2006년)에서 니컬러스 케이지가 분한 주인공인 우크라이나 이민자 출신의 무기상 유리는 전 세계 분쟁지역을 누비며 무기를 팔아 ‘전쟁의 제왕’이란 별명을 얻는다. 영화는 그가 인터폴의 추적으로 체포됐으나, 다시 풀려나 악질 무기상 노릇을 계속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유리는 석방 전에 “세계 최고의 무기상은 미국 대통령이다. 내가 1년 걸리는 것을 하루아침에 해치우니까. 하지만 미국 대통령도 가끔 나같은 프리랜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런 영화같은 일들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권총과 소총에서부터 견착식 로켓까지 전 세계에서 거래되는 개인화기들은 5억5천만정 이상이다. 전 세계 인구 12명 당 1정꼴이다. 개인화기에 의해 매년 50만명 이상이 목숨을 잃는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보고서를 보면, 소화기가 난무하는 남아공의 니앙가 지역에서 15살 소년이 35살이 되기 전에 총에 맞아 죽을 확률은 20분의 1이다. 콜롬비아 안디퀴아 지역에서 18살 청소년이 25살이 되기 전에 총에 맞아 죽을 확률도 20분의 1이다.

유엔은 2001년부터 개인화기 같은 소화기들의 불법 거래를 근절하려는 국제적 노력을 벌여오고 있다. 이런 국제적 노력의 최대 걸림돌은 미국이다. 미국은 2006년에도 소화기 불법 거래를 막기 위한 국제조약을 요구하는 유엔결의안에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다. 지난 14일부터 18일까지 유엔 총회 제1위원회에서 열린 ‘소화기에 관한 유엔 행동프로그램’에 관한 회의도 예외가 아니었다. 지난 18일 회의에서도 미국은 이들 무기의 추적번호를 부여하는 등 소화기의 거래 통제를 위한 결의안 채택에 불참했다. 결의안은 미국 등 주요 수출국들이 불참한 가운데 134개국 찬성과 2개국 기권으로 채택됐다.

미국의 이중적 태도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아프리카 다르푸르 학살 비극 현장에 무기를 대주는 중국이나, 이라크와 아프간에 무기를 공급하는 이란 같은 무기수출국들도 국제조약에 반대하는 핑계거리로 미국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부시 행정부 이전 클린턴 행정부는 소화기의 불법 거래 단속에 적극적인 지지입장을 보였다. 전통적으로 총기협회의 로비에 휘둘려온 공화당 후보인 존 매케인이 아니라 총기규제에 찬성하는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가 당선될 경우 기대되는 또다른 변화중의 하나이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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