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에서 내부 결속을 다진 민주·공화 양당이 제44대 미국 대통령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8주간의 경쟁에 본격 돌입했다.
특히 세라 페일린(44) 알래스카 주지사를 부통령 후보에 지명한 이후 활기를 되찾은 공화당이 민주당쪽으로 기울던 선거 판세에 대반전을 노리면서 과거 어느 때보다 치열한 접전이 예고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버락 오바마(47) 민주당 후보와 존 매케인(72) 공화당 후보는 다시 오차범위 안의 접전을 벌이는 등, 양당 모두 전당대회를 통해 확실한 승기는 잡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후보는 다시 출발선에 선 셈이 됐다.
■ 11~16개 스윙주가 관건 미국 대선은 선거인단 과반수인 270명을 확보하면 이기는 선거라는 점에서 양당은 스윙주(경합지역)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민주·공화당은 이번주 경합지역인 11개주에 동시에 선거광고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경합지역 11곳은 콜로라도(9명), 플로리다(27), 아이오와(7), 미주리(11), 노스캐롤라이나(15), 뉴햄프셔(4), 뉴멕시코(5), 네바다(5), 펜실베이니아(21), 버지니아(13), 위스콘신(10)이다.
지난 2004년 대선에서 공화당의 조지 부시 대통령에게 286명 대 252명로 고배를 마셨던 민주당의 존 케리 후보가 승리했던 지역 가운데 경합지역은 미시건, 뉴햄프셔,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등 4개주에 불과하다. 공화당의 매케인은 나머지 지역을 모두 수성해야 하는 입장이다. 현재의 여론조사를 종합해 보면, 오바마는 케리가 이겼던 모든 주에서 적어도 우위를 보이면서 아이오와, 콜로라도, 뉴멕시코까지 확보해 대의원수에서 273명 대 265명으로 앞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 경제가 최고 선거 쟁점 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경제 문제가 이라크전과 테러와의 전쟁 등 대외정책 이슈를 제치고 최고의 선거 쟁점으로 떠올랐다. 5일 발표된 미국의 8월 실업률은 지난달 5.7%에서 6.1%로 상승해 5년 만에 최악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당선시킨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구호가 다시 전면에 등장한 것이다.
오바마와 매케인이 전당대회를 통해 경제문제를 집중 거론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실업률이 6% 마지노선을 넘겼다는 점은 매케인에게 적신호이다. 매케인이 후보수락 연설에서 감세정책을 계승할 것을 다짐하면서 노동자를 의식해 대중영합주의적 구호를 외치고, 부통령 후보인 페일린이 남편이 철강노조원이라는 점을 특히 강조하며 오바마의 약점인 백인 노동자층을 겨냥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 기록적인 돈선거 양당 모두 2억2천만~2억5천만달러의 선거자금 지출을 계획하면서 역대 기록을 깨고 있다. 매케인은 페일린 지명 이후 사흘 동안 1000만달러를 거둬들이는 등 8월 한달 동안 4700만달러를 모아 자신의 선거운동 기간 중 최고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200만명이 넘는 기부자를 확보한 오바마에겐 역부족이다. 워터게이트 이후 처음으로 공적선거자금 사용을 거부한 후보가 된 오바마는 페일린 지명 24시간 만에 1천만달러를 모금하는 등 경선기간 내내 보여준 선거자금 모금의 괴력을 다시 입증했다. 매케인은 선거자금 모금의 열세를 공화당 전국위와 공화당 외곽단체의 모금에 의존하면서, 공화당 보수층의 ‘히로인’으로 떠오른 페일린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 대선토론이 변수 어느 선거보다 박빙으로 진행되는 이번 선거에서 후보토론은 1980년 지미 카터와 로널드 레이건 대결 이후 가장 주목된다. 대선 후보는 오는 26일과 다음달 7일, 15일 세차례 토론을 벌이고, 부통령 후보는 다음달 2일 한차례 토론을 벌인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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